[사설] 하나高 편법입시·수의계약 해도 너무했다

입력 2015-11-16 18:16
자율형 사립고인 하나고가 점수를 조작해 합격생을 바꿔치기한 사실이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에서 드러났다. 하나고가 보정점수를 주는 수법으로 점수에 미달한 지원자를 합격자로 둔갑시킨 경우는 대부분 남학생이었다고 한다. 남학생 비율을 높이기 위해 이런 짓을 저질렀다니 어처구니없다. 1차 서류전형, 2차 면접이 끝나고 명확한 기준과 근거도 없이 보정점수를 부여해 합격한 신입생이 2011학년도부터 2013학년도 동안에만 매년 30여명씩 총 90여명에 이른다.

자사고는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다양화하기 위해 정부가 교육과정, 교원인사, 학생선발 등 학사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 학교다. 학생선발에 자율성이 주어졌다 해서 합격선에 미달한 학생들을 학교 마음대로 합격시켜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신입생 선발과정에서 공정성은 조금도 훼손돼서는 안 되는 절대가치다. 학교의 점수 조작으로 불합격 처리돼 침해받은 학생들의 학습권과 정신적 고통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하나금융그룹이 설립한 이 학교의 비리는 이뿐 아니다. 국가계약법상 사립학교 수의계약은 추정가격 5000만원 이하의 용역계약에만 적용되는 데도 하나고는 수년간 10억원이 넘는 여러 건의 계약을 그룹 임직원들이 출자해 만든 시설관리회사에 몰아줬다. 이런 식으로 몰아준 규모가 100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김승유 하나고 이사장은 이사회 임원의 학사행정 개입을 엄격히 금지한 사립학교법을 어기고 학사행정에 무단 개입했다. 한마디로 학교를 민간기업 경영하듯 재단 멋대로 운영해왔다는 말이다.

서울시교육청이 김 이사장과 하나고 교장·교감, 행정실장 등을 검찰에 고발한 만큼 검찰은 사학비리를 척결하겠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교육당국은 본분을 망각한 하나고의 자사고 지정 철회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다른 학교에서도 이 같은 비리가 있었는지 세밀히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