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45) 인기는 TV를 타고

입력 2015-11-16 18:29 수정 2015-11-16 18:40
영화 ‘맨 프롬 엉클’ 포스터

영국 감독 가이 리치가 만든 신판(新版) 나폴레옹 솔로-‘엉클에서 온 사나이(Man from UNCLE)’. 시대 배경을 원작 TV 시리즈가 탄생한 1960년대로 설정했으나 0011 나폴레옹 솔로 헨리 캐빌은 로버트 본이 아니고, 일리야 쿠리야킨 역의 아미 해머 역시 데이비드 맥컬럼은 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오리지널 TV시리즈는 느끼한 주걱턱 로버트 본과 금발이 찰랑대던 데이비드 맥컬럼의 실질적인 출세작 노릇을 했으나 이 영화가 캐빌과 해머에게도 유사한 기회를 제공할 것 같지는 않다.

할리우드에는 본이나 맥컬럼처럼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TV 출연을 계기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들이 적지 않다. 우선 스티브 맥퀸. 폴 뉴먼 주연의 영화 ‘상처뿐인 영광’(1956)에 단역으로 데뷔한 뒤 사소한 역할을 전전하다 결정적인 출세작이 된 게 1958∼1961년 방영된 서부극 ‘바운티 헌터(Wanted: Dead or Alive)’였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제임스 가너도 TV 서부극이 출세의 발판이 됐다.

‘마초 대장’ 또는 남성적 매력의 대명사인 리 마빈과 버트 레이놀즈도 TV 덕을 단단히 봤다. 마빈은 악역 전문이었으나 1957∼1960년 ‘M Squad’라는 TV 수사물에서 형사반장 역을 하면서 스타 탄생의 발판을 만들었다. 레이놀즈 역시 1966년 ‘Hawk’라는 TV 형사물에서 존 호크 형사 역을 맡아 인기를 끌었다.

그렇다면 TV가 만든 최고의 스타는 누구일까. 피터 포크다. 후줄근한 바바리코트의 형사 콜롬보. 사실 포크는 콜롬보가 되기 전에 아카데미상 후보에까지 오른,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였다. 그러나 스타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던 포크가 1968년 출연한 TV영화가 콜롬보였다. 포크가 처음 콜롬보로 나왔던 90분짜리 파일럿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자 NBC는 이를 고정 방송키로 하고 1971년 당시 25세의 신예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연출을 맡겨 시리즈 첫 회를 시작했다. 이후 1978년까지 방영된 콜롬보는 포크를 불멸의 스타로 만들었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