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지난해 6월 29일 신정일치의 ‘칼리파 국가’ 수립을 선포한 이래 2년도 안 돼 ‘문명의 공적’이 됐다. 미국과 유럽, 러시아까지 ‘IS 척결’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IS는 세계 각지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테러 대상과 지역이 확대되고 수법도 악랄해 졌다. 이들이 천명해 온 전 세계를 향한 성전과 보복은 ‘실체화된 위협’이 됐다.
13일(현지시간) 공연장과 축구경기장, 식당 등 6곳에서 총기 난사와 자살폭탄 테러로 최소 129명이 사망하고 350여명이 부상한 파리 참사에 이르기까지 IS는 대륙을 넘나들며 연쇄 테러를 벌였다. 지난달 31일 이집트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탑승객 224명의 목숨을 앗아간 러시아 여객기 추락사고, 지난 12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250여명의 사상자를 남긴 자살폭탄 테러 모두 배후를 자인했다. 이 모든 참극이 불과 보름 사이 아프리카·아시아(중동)·유럽 각지에서 벌어졌다.
나머지 대륙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호주 시드니 인질극, 캐나다 국회의사당 총기난사 등은 모두 IS의 극단주의에 동조하는 ‘외로운 늑대’들이 저질렀다. 중동의 ‘골칫덩이’ IS가 전 세계의 ‘시한폭탄’이 됐다. 불과 13일 동안 벌어진 IS의 연쇄 테러에 300여명이 목숨을 잃는 등 1000여명이 희생됐다.
테러 대상국을 보면 IS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이 본격화되자 러시아 여객기를 테러, 경고를 보냈다. 유럽의 심장부인 파리에서는 무차별 테러로 서방의 ‘십자군 국가’에 전면적인 선전포고를 날렸다. 레바논의 시아파 헤즈볼라를 직격해 ‘종파 청소’에 대한 의지까지 내비쳤다. 이슬람 왕국 건설에 방해될 경우 그 대상을 가리지 않고 응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신의 대리자로서 타락한 서구 문명에 대한 증오를 명백히 밝혔다.
테러 행태 역시 다양했다. 기존 테러 조직은 주로 한 가지 방식의 테러 행위에 집중했으나 IS는 항공테러, 무차별 총기난사, 자살폭탄 등을 동원하고 있다. 파리에서는 자살폭탄 조끼와 자동화 총기로 무장하고 살인과 인질극을 동반, 최종적으로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1970년대 극좌파 테러 스타일로 변신했다.
이들의 목표와 전술 변천은 IS의 성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건립 초기 IS에 대해 “극단적 이슬람주의를 바탕으로 노예화와 참수로 불신자를 몰아내는 새로운 국가 건설을 목표로 했다”면서 “세력권에서 인질극과 학살을 벌이더라도 알카에다처럼 유럽 등 서방세력 한가운데로 진출하려 하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수천명에 달하는 지하디스트 추종자들이 근거지로 몰려들자 ‘전략적 목표 확대’라는 유혹에 휩싸였고, 결국 성전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훈련된 이들이 자국 여권을 통해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난민 지위를 통해 손쉽게 유럽에 스며들었기에 IS는 테러의 ‘기회’와 ‘방법’을 무난히 확보했다. 특히 고착화된 시리아 내전을 통해 초보 지하디스트들이 쉽게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전선이 넘쳐나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IS는 테러 방식의 다변화뿐 아니라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홍보 수단을 적극 활용, 각국에 흩어져 자생해 온 내부 조력자들까지 효과적으로 조직·활용하는 기획력을 선보였다. 훈련된 정예 테러리스트들에 의존했던 기존 테러 공식에서 벗어나 전방위 테러 조직으로 진화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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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6 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