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이번에는 ‘호남발(發) 리더십 위기’에 고심하고 있다. 야당 대표가 야당 심장부에서 외면받는 아이러니가 고착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문 대표는 이른바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입장이지만 당내에서는 퇴진론도 다시 불붙고 있다. 문 대표가 광주를 방문하는 18일에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서울에서 신당 창당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열 예정이다. 천 의원이 호남 민심을 업고 창당에 나서는 만큼 두 행사는 호남 여론 향배를 가늠할 1차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 대표에 대한 호남 민심 이반은 여론조사와 체감 여론으로 확인된다. 지난 13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차기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호남에서 문 대표 지지율은 5%에 그쳤다. 호남의 한 재선 의원은 15일 “여론조사가 과장됐을 수도 있겠지만 체감 여론도 매우 좋지 않아 걱정”이라며 “(호남에선) 천 의원 당선을 통해 불만을 한번 표출했는데도 당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호남 초선 의원도 “총선을 앞두고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지도부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호남) 여론”이라고 전했다. 여야가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을 논의하면서 호남 지역의 선거구 통폐합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민심 악화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문 대표가 지난 9월 당 의원총회와 중앙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압도적인 재신임을 얻고도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이유도 호남의 외면 때문이란 목소리가 많다. “호남이 거부하는 야권 주자는 있어본 적 없고 있을 수도 없으며, 있어도 승리할 수 없다(김한길 의원)”는 말이 힘을 얻는 이유다.
문 대표가 구상하는 ‘문·안·박 연대’는 제자리걸음이다. 문 대표가 대선주자급 세 사람이 연대해 당내 혁신을 주도하자고 했지만 안철수 의원은 거부 의사가 분명하다. 안 의원 측은 “문 대표는 안 의원의 혁신안에 대해 아무런 대답이 없다”며 “20일 특단의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안 의원 주변에서는 “탈당을 고려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온다. 이에 대해 문 대표 측은 “총선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고, 당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문·안·박 연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당내에서는 문 대표와 안 의원의 화합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기정 최재성 문병호 최원식 의원 등 친노·비노 의원을 아우르는 ‘7인회’가 결성돼 양측의 화합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최원식 의원은 “문재인 대표로는 안 되지만 문 대표가 없어도 안 되고, 안철수 의원만으로는 안 되지만 안 의원이 없어도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 ‘사퇴론’도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김동철 유성엽 의원 등 비주류 의원 10여명은 이르면 16일 국회에서 문 대표의 ‘결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도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무소속 천 의원은 18일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추진위 출범식을 갖고 신당 바람에 다시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같은 날 광주를 방문해 대학 특강을 갖고 호남 민심 청취에 나서는 등 ‘맞불 작전’에 나설 계획이다.
임성수 고승혁 기자 joylss@kmib.co.kr
호남發 리더십 위기… 文, 돌파구는 어디에
입력 2015-11-16 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