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연쇄 테러] 축구장 밖 ‘자폭’ 신호탄… 6곳서 ‘소프트 타깃’ 학살

입력 2015-11-15 22:16



파리 시민들을 3시간여 동안 공포에 몰아넣은 13일(현지시간)의 테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최악의 테러로 기록됐다. 테러범들은 3개 그룹으로 나눠 6곳에서 사전 각본대로 동시다발적으로 테러를 자행했다. 특히 ‘느슨한’ 시간대인 금요일 밤 공공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비가 허술하고 일반인들이 즐겨 찾는 공연장과 식당가, 축구경기장 등 ‘소프트 타깃(Soft target)’을 대상으로 테러를 가해 경찰도 속수무책이었다.

◇작전 개시 시간은 ‘오후 9시20분’=AP, AFP통신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범인들은 13일 오후 9시20분부터 작전에 돌입했다. 이미 3개 그룹은 각각 파리 북부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 축구경기장과 파리 중심부인 10구의 식당가인 알리베르가의 카리용 바 일대 거리, 또 인근 11구의 바타클랑 극장에 분산 배치돼 있었다.

첫 번째 그룹은 폭탄 조끼를 입은 채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벌였다. 용의자들은 당초 입장권을 소지한 채 경기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폭탄 조끼가 발각돼 제지당하자 곧장 폭탄을 터뜨렸다. 당시 경기장에는 8만명의 관중이 들어차 있어 자칫 대규모 추가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 경기장 보안요원의 검색 덕에 수십, 수백명이 목숨을 건진 것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테러 직후 경기장에 있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긴급 대피했다.

경기장에서의 테러를 신호탄으로 같은 시각 생마르탱 운하 인근의 10구에서는 자동소총과 폭탄 조끼 등으로 무장한 용의자들이 식당가를 돌며 총을 난사했다. 용의자들은 알리베르가와 퐁텐 오 루아가, 볼테르가 등에서 총을 쏴 이 일대에서만 40명 가까이 숨졌다.

◇도망 가기 어려운 공연장 노려=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89명이 숨진 11구의 바타클랑 극장이었다.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가 무대에 서기도 했던 150년 전통의 대중음악 공연장으로 테러 당시 미국 록 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이 공연 중이었다.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인데, 당시 정확히 몇 명의 관객이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무장 괴한 4명은 오후 10시쯤 AK소총을 갖고 들어와 “신은 위대하다. 너희가 우리 형제들을 시리아에서 죽였다. 그래서 우리가 왔다” 등을 외치며 무차별로 총을 난사했다. 또 “움직이면 죽이겠다”고 위협한 뒤 휴대전화가 울리거나 움직인 사람을 15초 간격으로 사살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총격은 무려 15분간 계속됐고, 범인들은 총알이 떨어지자 몇 차례 재장전해 쏘기도 했다. 범인들이 입구를 막아서는 바람에 도망을 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20여분 뒤 프랑스 경찰들이 극장 밖을 둘러싸자 총격범들은 생존자들을 인질로 잡기 시작했다. 2시간이 넘는 대치가 계속되다 밤 12시15분쯤 경찰이 극장을 급습했다. 이 과정에서 총격범 4명 중 3명은 몸에 두른 조끼를 폭발시켜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나머지 1명은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수사 상황, 벨기에서 3명 체포=프랑스 검찰은 확인된 용의자 7명이 모두 사망했으며, 이 중 1명은 29세 프랑스인이라고 밝혔다. 바타클랑 극장에서 사망한 이 용의자는 범죄 기록이 있으며, 이슬람 극단주의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 중 2명은 그리스에서 난민 등록 후 프랑스로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벨기에 경찰은 수도 브뤼셀에서 파리 테러 관련 용의자 3명을 체포했으며 이들 중 1명은 파리 테러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파리 테러 현장 부근에서 범인들이 버리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2대는 벨기에 번호판을 달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벨기에에는 모로코, 터키 등지에서 온 이민자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 중 수백명이 시리아나 이라크의 지하드(이슬람 성전)에 참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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