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연쇄 테러는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세계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여행업을 필두로 실물경제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2001년 발생한 9·11테러와 같이 금융시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프랑스 교역량은 많지 않은 편이지만 EU 내수 위축으로 중국경제가 흔들리게 되면 이는 한국의 수출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EU 내수 위축 우려=영국 시장조사 업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8월 프랑스 소매판매는 3.7% 개선되는 등 유로존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내수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 경제는 이번 연쇄 테러를 기점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다시 침체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단순히 프랑스 경제만의 침체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프랑스는 유로존 가운데서 두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국가인 만큼 유럽 전체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유럽팀장은 15일 “베를린보다도 파리야말로 유럽의 중심 도시”라며 “프랑스 3분기 성장률은 대외수요 위축으로 (전망치를) 밑돌았는데 4분기에는 테러로 내수 위축이 일어나고 (위축이) 주변 나라로 전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민성증권연구원의 관칭요우 원장도 “프랑스판 9·11테러로 항공·여행업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고 유럽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수차례에 걸쳐 ECB가 다음달 추가 양적완화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시사했지만 난민 문제에 이어 이번 테러 악재가 겹치면서 경기 둔화를 막아내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프랑스에서 시작된 경기 침체는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다. EU가 중국의 최대 무역 교역국이라는 점에서 대중국 수출 위축과 한국과 EU 사이 직접 교역 규모가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추가 테러 우려에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도=미국 뉴욕에서 2001년 발생한 9·11테러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사건 발생 당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사건 발생 전 11∼30일 평균 수익률보다 7.14%나 급락했다. 미국 증시가 테러 발생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40일이나 걸렸다. 게다가 지금은 2001년 당시보다 이슬람국가(IS)의 추가 테러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이다. 현재 IS 격퇴에 실제적 군사 지원을 하고 있는 25개국은 잠재적인 테러 대상국이 될 수 있다.
테러의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도 배가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에 비춰 이번에도 9·11사태 때와 같이 실물경제는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도 영향권에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음달로 예정된 미국의 금리 인상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하대 경제학부 정인교 교수는 “세계경제가 당분간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경제도 그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렇게 되면 금리 인상 시점이 내년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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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5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