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면세점이 롯데-신라 양자 구도에서 다자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7월 신규로 3곳이 늘어난 데다 신세계와 두산이 각각 SK와 롯데의 특허를 가져오면서 대기업 간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반면 5년마다 특허 심사가 반복되는 현 제도를 유지할 경우 면세사업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관세청은 14일 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시내면세점 4곳(서울 3곳, 부산 1곳)에 대한 심사를 진행해 서울에선 롯데면세점, 신세계디에프, 두산을 새로운 사업자로 선정했다. 부산은 기존 사업자인 신세계조선호텔에 특허를 부여했다.
서울의 경우 본점(12월 22일)과 월드타워점(12월 31일)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는 롯데면세점은 본점을 지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월드타워점은 두산에 내줬다. 이달 특허가 만료되는 워커힐면세점(11월 16일)을 운영 중인 SK네트웍스는 신세계에 특허를 빼앗기며 면세사업 자체를 접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에 비해 신세계는 서울 입성에 성공하며 면세사업의 전기를 마련했다. 2012년 부산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인수하며 면세업에 뛰어든 신세계는 김해공항 및 인천국제공항 사업권도 확보했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시내면세점까지 유치하면서 롯데, 신라와 함께 면세업계 3강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타워를 앞세워 특허를 확보한 두산도 명동에 이은 ‘동대문 면세점’ 시대를 열게 됐다. 면세업이 처음인 두산은 명동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동대문을 ‘서울 제2의 허브 관광지’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이로써 지난 7월 신규 면세점 선정 당시 특허를 얻은 HDC신라면세점(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에 이어 신세계와 두산까지 가세하면서 서울 시내면세점에 뛰어든 대기업은 기존 3곳에서 6곳으로 늘었다. 또 6개 특허 중 3개를 보유하며 독과점 논란이 일었던 롯데가 월드타워점 특허를 내주면서 시장점유율 역시 분산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개정 관세법으로 기존 사업자가 특허를 잃는 첫 사례가 나오자 “5년 시한부 특허를 따고 누가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느냐”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존에는 결격사유가 없는 경우 10년마다 특허를 갱신해 왔다. 하지만 2013년 법 개정으로 기존 업체도 신규 사업자와 경쟁을 통해 특허를 따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이번에 특허를 상실한 롯데 월드타워점은 점포 이전과 인테리어 비용으로만 3000억원 정도 투자됐다. SK 워커힐면세점도 점포 재단장에 1000억원의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특허 상실로 인한 고용불안 역시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월드타워점의 경우 13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워커힐면세점도 90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15일 “독과점 해소도 좋지만 시장 자체가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관세청, 신규사업자 발표] 신세계 입성… 서울 면세점 ‘3강 구도’ 가능성
입력 2015-11-15 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