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유명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하나고가 남학생을 더 뽑으려고 입학성적을 조작한 정황이 교육청 감사에서 드러났다. 교사를 불법 채용하고, 하나금융그룹과 특수 관계에 있는 협동조합에 100억원에 이르는 일감을 몰아준 점도 발각됐다. 하나고 측은 ‘자사고 죽이기’ ‘표적 감사’라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5일 하나고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입학성적 조작이 조직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2011∼2013학년도 신입생 입학전형에서 1차 서류와 2차 면접 전형이 끝나고 명확한 기준과 근거 없이 응시자들에게 ‘보정점수’를 줬다. 이 보정점수로 당락이 바뀐 지원자는 매년 30여명씩 90명에 달했다. 주로 남학생들이 보정점수 혜택을 본 것으로 파악됐고, 이 점수 덕에 응시자 석차가 70등이나 높아져 합격한 사례도 있었다.
하나고는 하나금융그룹이 2010년 은평구에 세운 전국단위 모집 자사고다. 하나고는 하나그룹 임직원들이 설립한 시설관리 회사에 2010년부터 최근까지 100억원에 달하는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국가계약법상 사립학교의 수의계약은 5000만원 이하일 때만 가능하다. 하나고는 이 업체와 10억원이 넘는 계약을 여러 건 수의계약했다.
교사 신규 채용 때는 공개채용 대신 이 학교에 1∼3년 근무한 기간제 교사들을 근무평점과 면접만으로 뽑아 정교사로 전환했다. 이명박정부 때 청와대 고위 관계자 자녀가 가해자로 연루된 학교폭력 사건은 은폐했다. 전담팀이 조사하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에서 처분을 내려야 하는데 절차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가해학생을 서둘러 전학 조치하는 걸로 마무리했다. 서울교육청은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 등 관련자를 16일 서울 서부지검에 고발할 방침이다.
하나고 측은 “신입생 선발은 학교의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전형위원회 집단 협의를 통해 공정히 이뤄졌다”며 감사 결과를 전면 부인했다. ‘고위층 자제 비호’ 의혹과 관련해서는 “피해학생이 강하게 처벌을 원하지 않았지만 가해학생을 타 학교로 전학시키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고 반박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보정점수로 여학생 탈락 남학생 합격… “하나고, 3년간 90여명 부정 입학”
입력 2015-11-15 2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