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연쇄 테러] ‘13일의 금요일’ 선택… ‘예수 처형 당한 날’ 공포감 노려

입력 2015-11-15 22:11
13일(현지시간) 밤 테러가 발생한 파리 11구 샤론가의 카페 벨 에퀴프 앞 도로에 테러 희생자들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이 카페에서는 모두 19명이 무장괴한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연쇄 테러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프랑스 파리는 지난 1월 이슬람 풍자 만평으로 주간지 샤를리 엡도 사무실에 대한 총격 테러가 가해진 곳이기도 하다. 당시 테러로 12명이 숨졌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테러가 발생했던 도시에서 10개월 만에 ‘더 큰’ 테러가 재현된 것이다. 왜 하필 파리였을까. 또 사건 발생이 ‘예수가 처형당한 날’로 알려져 서양 문화권에서 불길한 날로 분류되는 ‘13일의 금요일’에 이뤄진 점도 눈길을 끈다.

◇왜 프랑스 파리였나?=테러를 일으켰다고 주장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성명에서 “십자군 프랑스의 수도를 공격한 것은 성스러운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안보정책 전문가인 샤샹크 요시 연구원은 IS가 파리를 ‘십자가 휘장을 두른 혐오와 문란의 수도’라고 지칭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테러가 ‘문화적’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정학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유럽의 중심부’를 자처한 파리를 겨냥했다는 것이다. 프랑스를 공격함으로써 유럽 전체에 테러를 가한 효과가 있는 것이다.

프랑스가 미국 등과 함께 IS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의 전쟁에 적극 동참한 것도 이유라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분석했다. 바타클랑 극장에서 총기난사범들이 프랑스의 시리아 군사작전을 언급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프랑스는 지난 9월부터 시리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IS 공습에 동참해 왔다. IS 연계 무장세력들과 맞서기 위해 아프리카와 이라크 등지에 파견된 프랑스 군인도 1만명이 넘는다.

프랑스 언론인 아네스 푸와리에는 BBC방송에 “이번 테러가 유명 관광지가 아닌 평범한 노동계급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프랑스인들에게 더 비통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테러가 발생한 파리 10지구와 11지구는 에펠탑이나 루브르박물관과 같은 관광객이 많은 센강 남쪽 지역과는 달리 서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주변 유럽 국가들에 비해 무슬림 인구가 많은 프랑스에서 사회에 융화되지 못한 무슬림 이민자가 많아지면서 ‘외톨이형 무슬림’이 늘어났다는 점도 테러 발생의 요인이라고 텔레그래프는 분석했다.

◇왜 13일의 금요일이었나?=올해 들어 ‘13일의 금요일’은 지난 2월과 3월, 그리고 11월 3번뿐이었다. IS가 이집트(아프리카), 레바논(중동) 등에 이어 파리에서까지 테러를 기획했다면 서구 문화권에서 ‘불길한 날’로 분류되는 이날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왕이면 서구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날에 테러를 가함으로써 공포감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정확히 3년 전인 2012년 11월 13일에 프랑스 정부가 IS와 대치 관계인 시리아 반군 ‘시리아국가평의회(SNC)’를 시리아의 합법 정부로 인정했던 점을 들어 이로 인해 IS가 이날 테러를 감행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