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예산 1%씩 모아 기독교통일기금 조성”

입력 2015-11-15 20:31
서울 종로구 종교교회에서 지난 13일 열린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월례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발제자의 발표를 듣고 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 단체장들은 지난 13일 인도적 대북 지원, 탈북자 품기 등을 통해 한국교회가 화해자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통일시대를 대비한 ‘기독교 통일기금’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단체장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사직로길 종교교회에서 열린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월례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세미나는 ‘남북의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세 연합기관 수장이 한자리에 모여 통일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계기로 복음통일을 위해 한국교회의 연합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더욱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은 기독교 통일기금 조성과 기도운동, 인도적 차원의 사회복지선교 등을 강조했다. 이 대표회장은 “한국의 5만5000여 교회가 교회 예산의 1%를 통일기금으로 모은다면 갑작스럽게 이뤄질 통일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기금은 북한의 무너진 교회와 학교, 병원 등 사회복지 기반을 닦는 데 쓰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민족의 진정한 통합을 위해 북한 사회를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며 “교회에서 북한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희 한교연 대표회장은 “야곱과 에서가 만나 화해했듯이 남북한 사람들이 자주 만나 교류해야 한다”면서 “한국교회가 북한에 의약품을 전달하거나 빵·국수 공장 건설 등 북한 주민의 피부에 와 닿는 사회봉사를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대표회장은 “한국교회가 국내 NGO를 통해 남북교류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을 지원하는 NGO의 70%를 교회가 담당하고 있다”며 “종교기관을 통한 인도적 대북 지원은 북한이 기독교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씨앗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회 차원의 통일헌금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주 NCCK 총무는 “분단 70년이라는 세월 동안 남북 간에 불신이 쌓였고 다른 이념과 사상적 교육을 받아 왔다”며 “그저 서로 돕고 협력하면 남북관계가 해소된다거나 통일이 이뤄지면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총무는 “통일 문제만큼은 한국교회가 인식을 같이 하고 긴밀하게 연대해야 한다”며 “정보와 생각을 나누고 갈등이 있다면 풀면서 통일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같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평화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찬을 맡은 박종화 경동교회 목사는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문했다. 박 목사는 “우리 안에 있는 분열과 갈등을 종식시키고 연합해야 한다”며 “통일 후 북한 땅에 세워질 교회는 교파를 초월한 ‘연합교회’의 모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한국교회는 북한교회뿐 아니라 동북아 국가들의 교회와도 연대해야 한다”며 “동북아 평화를 위해 ‘화해선교’를 한국교회의 선교전략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문영 평화한국 상임대표, 한헌수 숭실대 총장 등이 복음통일을 위한 방안을 발제했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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