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규(65·사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은 13일 “계속 늘어나던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가 최근 몇 년 간은 조금씩 줄고 있다”며 “자영업자 숫자에 연연하기보다는 현재 운영 중인 자영업체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은 소상공인들의 자금을 지원하고 폐업·창업을 돕는 곳이다. 전국 1500개 전통시장이 지붕 아케이드, 바닥재, 주차장, 편의시설 등을 갖추는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서울 종로구 소진공 서울중부센터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정책자금을 무턱대고 지원하는 것보다 자생력을 길러주는 게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자영업자가 많은 국가다. 현재 소상공인 수는 600만명, 업체는 300만개에 달한다. 그러나 5년 안에 문을 닫는 점포 수가 전체의 40.8%이며 2000년 이후 한 달에 3만여개 업체가 폐업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전통시장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조직률과 특색이라는 두 가지 무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진공은 전통시장 지원대상 선정 시 상인회 조직률이 95% 이상인 곳을 우선 선정하고 있다. 조직률이 높다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의지가 강렬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비슷한 지원을 3번 이상 받아도 개선이 없는 점포에는 정부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며 “지원횟수, 자영업자의 개선의지, 부채상환능력 등 지원기준을 확실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통시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특색을 갖춰야 한다. 이 이사장은 충남 청주 서문시장을 대표적인 ‘특색 시장’으로 꼽았다.
서문시장은 조선시대부터 청주가 삼겹살로 유명했던 점을 이용해 구수한 고기냄새로 손님의 발길을 끌고 있다. 서문시장 인근에도 대형마트가 있지만, 마트에 온 손님들이 서문시장에 들러 고기를 먹고 간다. 이 이사장은 “서문시장 상인들은 손님이 줄어들까봐 대형마트 의무휴일에 반대할 정도”라며 “소진공은 시장마다 특색개발위원회를 구성해 ‘1시장 1특색’ 발굴을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이 이사장은 남은 임기 1년 동안 소진공 내부 통합에 주력할 계획이다. 소진공은 지난해 1월 시장경영진흥원과 소상공인진흥원을 통합해 출범했으나 직원 간 처우가 달라 내부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 이사장은 “올해 안에 양 기관의 연봉체계, 처우를 통합해 조직 내부 통합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육사 28기로 2001년부터 중소기업청에서 일했으며, 2006년 한국디자인진흥원장, 2010년 한국디자인경영협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이일규 소상공인진흥공단 이사장 “소상공인 무조건 돕는 것보다 자생력 길러줘야”
입력 2015-11-15 20:20 수정 2015-11-15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