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향후 수능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쉬우리란 예상이 어긋나 “신뢰를 깼다”는 뒷말도 많지만, 출제 당국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EBS 연계 방식에 변화를 줘 EBS 교재를 외우는 ‘꼼수학습’을 차단했고, 과목마다 비슷한 수준의 변별력이 확보됐다고 만족스러워한다. 입시 전문가들은 “장차 수능에 응시할 학생이라면 이번에 활용된 변별력 장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BS 연계 방식 “이대로”=교육부는 지난 3월 ‘수능 출제오류 개선안’에서 수험생들이 EBS 영어 교재의 한글 해석본을 암기하는 문제를 막겠다고 했다. 예고한 대로 ‘대의 파악’과 ‘세부 정보’ 문항은 EBS 지문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유사 지문을 냈다. 하지만 6월, 9월 모의평가보다 까다로운 지문을 택하면서 변별력이 높아졌다. 수능 영어가 2018학년도부터 ‘9등급 절대평가’로 전환돼도 EBS 연계 방식 변화 등으로 얼마든지 변별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는 영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국어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 단순히 EBS 문제를 암기했던 학생은 애를 먹도록 문항들이 재구성됐다. 예컨대 국어B형 30번은 ‘중력’ ‘부력’ ‘항력’ 등 물리학 개념을 제시한 지문으로 이해해야 한다. EBS 교재 ‘인터넷 수능-화법과 작문 & 독서와 문법 B형’에서 응용된 문항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장석우 국어강사는 “EBS에선 항력을 중심으로 이해하면 풀 수 있었지만 수능에선 중력·부력·항력 등 다른 개념으로 확장됐다”며 “EBS에 제시된 개념을 더 확장해 공부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문학 파트도 마찬가지다. 국어B형 31∼33번은 윤흥길의 중편소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가 지문으로 나왔는데, EBS 교재에 인용되지 않은 대목에서 지문이 제시됐다. EBS 교재에 국한해 공부한 학생은 낭패를 볼 수 있었다. 소설의 기본 원리를 교과서 등에서 충분히 익히고 EBS 교재에 나온 작품들은 꿰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과목별 난이도 “균등하게”=올해 수능은 영역별 난이도 차이가 예년에 비해 크지 않았다. 입시업체들이 추정한 등급컷(등급 구분점수)을 보면 1등급컷이 93∼96점으로 비교적 균일하게 형성됐다. 지난해에는 수학B형 100점, 영어 98점, 국어B형 91점 등 들쑥날쑥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과목별 난이도 편차가 작았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영역별 난이도 차이가 크면 수험생 간 유불리가 뚜렷해진다. 지난해 수학B형처럼 지나치게 쉽다면 실력보다 실수가 미치는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한 문항이라도 실수하면 2등급으로 바뀔 수 있다. 반대로 지난해 국어B형처럼 어렵다면 국어를 잘하는 학생이 표준점수에서 너무 큰 이득을 보게 된다.
출제 당국이 “올해는 고난도 문제를 2∼5문항 내서 변별력을 갖도록 했다”고 설명했는데, 어느 정도 적중한 모습이다. 메가스터디 남윤곤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영어는 6월, 9월 모의평가보다 어려워 충격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시험이 변별력을 갖추는 건 수험생이든 대학이든 좋은 일”이라며 “이번 수능이 향후 수능의 전범(典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이슈분석] ‘EBS 연계·난이도’ 향후 수능 출제 기준될 듯
입력 2015-11-15 22:23 수정 2015-11-15 2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