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가 미국 대선 구도를 바꿔놓을 조짐이다. 테러 공포가 확산되고 테러리스트들을 응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극단적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분쇄와 시리아 난민 수용 등 외교정책이 대선 후보를 선택하는 주요 잣대로 등장했다고 미 언론들은 진단했다. 당장 14일(현지시간) CBS 주최로 열린 2차 민주당 TV토론에서도 테러와 국가안보 위기에 대한 대처방안을 묻는 질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파리 테러 하루 전날 “IS는 봉쇄되고 있다”고 말했다가 비난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위기 대처 역량이 뛰어난 후보들이 주목받는 반면 효과적인 테러대책이 없는 외교 초보나 정치 신인들의 인기는 추락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에서는 국무장관 시절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단연 돋보인다. 공화당에서는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으로 국제 정세에 해박한 마르코 루비오 후보와,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잇단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한 부시 가문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각각 경쟁력 있는 후보로 꼽히고 있다.
◇민주당 TV토론은 파리 테러 애도 묵념으로 시작=오하이오 디모인에서 열린 민주당의 2차 TV토론은 테러 대책이 초점이었다. 후보들은 파리 테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묵념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테러 단체를 응징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정장 바지와 블라우스, 재킷 모두 검정색 차림의 클린턴 후보는 “IS의 준동을 제압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IS는 봉쇄될 게 아니라 분쇄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지구상에서 이런 야만적인 조직을 미국이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고, 마틴 오말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는 “IS와 같은 위협에 대처하려면 미국은 이제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후보는 국무장관 시절 오바마 대통령에게 빈라덴 사살 작전을 조언하는 등 자신이 테러 대응 경험이 풍부한 후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에 샌더스 후보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역내 안정이 붕괴된 이후 IS가 발호했다며 “이라크 전쟁을 나는 반대했고, 클린턴 후보는 찬성했다”며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공화당 후보들은 “시리아 난민 수용 확대 반대”=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이 파리 테러 하루 전날인 13일 ABC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IS는 봉쇄되고 있다”고 한 발언을 오판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후보는 그러면서 시리아 난민 수용인원을 확대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은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트럼프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난민 수용인원 1만명을 25만명으로 잘못 말했다. 트럼프는 또 “총기 소지가 자유롭게 허용됐다면 파리 테러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루비오 후보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IS가 어떻게 리비아에서 주도 세력이 됐는지 내가 1년 전부터 말했다”며 자신의 전문성을 강조했다.
부시 후보는 라디오 프로그램 ‘휴휴잇’에 출연해 “이건 우리 시대의 전쟁이며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참모를 지냈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2008년 대선 후보 시절 선거전략가였던 스티브 슈미트는 “오바마 대통령의 IS 전략을 비판하는 공화당 후보들도 전략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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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5 21:17 수정 2015-11-15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