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구를, 무엇을 위한 ‘민중총궐기투쟁대회’였나

입력 2015-11-15 18:11
지난 주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양측에서 수십 명이 부상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농민연맹) 등 53개 단체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역사교과서 국정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 반대하기 위해 14일 개최한 ‘민중총궐기투쟁대회’ 참가자(주최측 주장 13만명, 경찰추산 6만4000명)들은 광화문 일대에서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다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밤늦게까지 도심 곳곳에서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51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고교생 2명을 제외한 49명이 입건됐다.

자유민주주의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그 자유는 공공 질서와 안녕을 위해 법의 테두리 내에서 보장되는 제한적 자유다. 차벽을 허물기 위해 경찰버스를 밧줄로 묶어 끌어내거나 쇠파이프로 내리친 일부 시위대의 과격행동은 표현의 자유 차원을 넘어선 명백한 범죄행위다. 더욱이 일부 시위대는 취재진을 폭행했다고 한다. 명분이 아무리 옳다 하더라도 이런 폭력적 수단에 의존하면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다.

폭력시위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정부의 정통성이 약한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나 통했던 그런 낡은 수법은 주최측의 고립만 심화시킬 뿐이다. 처음부터 주최측은 집회의 효과를 극대화할 생각이 없었던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통령도 없는 청와대 진출을 시도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수많은 시민들이 겪은 불편과 고통을 주최측이 조금이라도 생각해봤는지 궁금하다.

시위과정에서 농민연맹 소속 백모(68)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것은 불행이다. 경찰이 15도 이상 각도로 발사하도록 규정한 장비관리규칙을 어기고 주최측 주장대로 백씨를 정조준해 발사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과격시위가 근본문제이지만 경찰의 과잉진압도 건전한 시위문화 정착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정부는 폭력시위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에 대해서는 형사는 물론 민사 책임까지 물어 법의 엄정함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해서 폭력으로 점철된 이번 집회로 주최측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