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정근우·이용규 살아났다, 우승 꿈 커졌다

입력 2015-11-15 21:19
정근우(왼쪽)가 14일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조별예선 B조 멕시코와의 4차전에서 1번 타자로 나와 1회초 볼넷을 골라낸 뒤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정근우는 2번 타자 이용규와 함께 야구 국가대표팀 테이블세터를 이루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연합뉴스

부동의 한국 야구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정근우와 이용규(이상 한화)가 김인식 감독의 든든한 믿음 속에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우승이라는 ‘기적’의 선봉에 선다.

정근우와 이용규는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때부터 10년째 국가대표 테이블세터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3년 제3회 WBC 대표팀에서도 나란히 발탁돼 한국 야구의 ‘영광의 순간’을 함께 했다.

정근우와 이용규는 호타준족에다 수비가 뛰어나고, 야구 센스까지 탁월하다. 특히 같이할 때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대회 초반 둘다 경기 감각을 찾지 못했다. 정근우와 이용규는 지난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대회 개막전에서 도합 7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0대 5 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한국은 김현수(두산)와 이대호(소프트뱅크), 박병호(넥센)로 이어지는 강력한 중심타선이 있었지만 이들이 출루를 하지 못하면서 영봉패를 당했다. 당시 “밥상을 제대로 차려주지 못한다”며 두 선수는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일본전 완패에도 단골 1, 2번인 정근우와 이용규 조합을 흔들 생각은 전혀 없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는 “이용규와 정근우는 순서가 바뀔 수는 있어도 변함없이 테이블세터로 기용할 것”이라고 뚝심을 보여줬다.

결국 이런 믿음에 보답하듯 정근우와 이용규는 지난 14일 열린 멕시코전에서 나란히 1번, 2번으로 선발 출전해 8타수 2안타 2볼넷 1타점 2득점 활약으로 한국에 4대 3 승리를 선사했다. 특히 점수가 많이 나지 않는 박빙의 승부에서 빛을 발했다. 1회초 제구력이 흔들린 멕시코 선발 세사르 카리요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낸 정근우는 단숨에 2루 도루에 성공했다. 마운드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카리요는 더 흔들렸다. 카리요는 이용규에게도 볼넷을 내주고 무사 1, 2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김현수가 안타를 때려내며 발 빠른 두 선수는 차례로 홈을 밟았다. 직접 해결사로도 나섰다. 2회초 2사 후 김재호(두산)가 우중간 2루타로 출루하자 정근우는 1루수 옆을 꿰뚫는 1타점 우익선상 2루타로 대표팀에 3점째를 안겼다.

‘홈런왕’ 박병호도 마수걸이 홈런포를 신고하며 우승에 힘을 보탠다. 박병호는 멕시코전에서 이번 대회 4경기 만에, 그리고 15번째 타석 만에 첫 아치를 신고했다. 박병호는 “첫 홈런을 계기로 남은 경기에서 중심타자로서의 역할을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