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말이 거칠어지는 현상이 심각하다. 상욕의 일상화는 차라리 애교라 볼 지경이다. 가학성은 ‘엄마충’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만들고, 울분은 ‘헬조선’, ‘흙수저’ 같은 말로 분출된다. 자기 합리화를 위해선지, 지지층 결집을 위해선지 모르지만 정치인들은 물론 장관들과 정상의 말도 거칠다. 왜 이렇게 되는 걸까?
첫째, 스트레스가 워낙 높아서일 것이다. 불안은 커지고 불만이 높고 경쟁은 치열해지고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기댈 데는 없다. 공정은커녕 불공평이 극심해지고 사회 정의는커녕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같은 현상이 더 심해지니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것이다. 둘째, 피해의식과 공격성이 동시에 심해져서 그렇다. 자기편이 아니면 모두 적으로 삼는 경향이나 자신의 문제를 온전히 자신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피해의식에 찌들거나 상대의 공격 때문이라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20% 대 80% 또는 1%대 99%의 세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지속되는 한 치유되기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다.
셋째, 극혐오 현상을 방치해서 그렇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언제나 그랬다. 독일 나치즘 및 이탈리아 파시즘의 발호 과정, 최근 IS 발호 과정은 전형적이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극혐오 현상이 사회를 소용돌이로 몰고 간 사례가 적지 않다. 이른바 ‘집단 광기’라는 말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말이 거칠어지면 감정이 더 거칠어지고, 더 거칠어진 감정은 합리성을 마비시키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유발하고, 그에 맞서는 사람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더 거칠어진다. 사람이 가진 근본적인 이성과 윤리의식, 배려와 연민이 작용할 틈이 없어져버린다. 그래서 걱정이다. 거칠어지는 세상을 어찌 바로잡아야 할지 걱정만 앞선다. 그래도 첫 단추만큼은 우리 사회의 가진 사람, 권력을 가진 사람이 꿰어야 하지 않을까? 이른바 사회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거기에 있으련만, 오히려 극혐오 현상을 방치하는 게 아닌가 싶으니 더욱 걱정이 된다. 설마 ‘가진 자들이 더하다’라는 현상이 되어 버리는 건 아닐까?
김진애(도시건축가)
[살며 사랑하며-김진애] 말이 거칠어지는 현상
입력 2015-11-15 18:13 수정 2015-11-15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