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열정같은소리…’서 수습기자로 변신한 박보영 “초짜 연예기자 연기하며 데뷔 시절이 떠올랐죠”

입력 2015-11-15 19:16

기자를 소재로 한 영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최근 개봉된 ‘특종: 량첸살인기’는 특종과 오보를 오가는 방송국 사회부 기자가 나오고, ‘돌연변이’는 동료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방송국 임시기자가 등장한다. 19일 개봉되는 ‘내부자들’은 권력과 결탁하는 신문사 논설주간이 조연으로 나오고, 25일 개봉되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는 스포츠지 연예부 수습기자가 주인공이다.

‘열정…’의 수습기자 도라희 역을 박보영(25·사진)이 맡았다. “열정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신문사에 들어왔지만 기자생활이 녹록지 않다. “뭐 좀 참신한 거 없냐? 이런 쓰레기 같은 기사 말고” “그 배우 마음에 안 드는데 적당히 조져버려”라고 요구하는 데스크의 엄포와 지시에 연일 헉헉거리지만 그럴듯한 단독보도를 건질만한 게 없다.

지난 12일 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박보영은 “사회 초년병 도라희를 연기하면서 저의 데뷔 초기 때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기자와는 어울리지 않게 정장에 하이힐 차림으로 첫 출근한 도라희는 호되게 신고식을 치른 후 처음 하는 취재에 허둥대고 특종은커녕 하는 일마다 사고를 친다. 데스크는 툭하면 “사표 쓰려면 빨리 써. 기자들 많으니까”라고 윽박지른다.

“도라희처럼 데뷔 초기 감독한테 대본으로 맞기도 하고 집에 가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사실 연기를 못하는 부분이 있어 대들지도 못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요.” 힘든 시간을 딛고 오늘의 그가 있기까지 원동력은 무엇일까. “영화에서처럼 열정만 있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고 제 직업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영화는 코미디로 시작했다가 언론계의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는 기자의 사명을 묻는 것으로 끝난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사실을 덮으려는 세력과 이를 어떻게든 세상에 알리려는 기자 간의 대립이 중심축이다. 박보영은 “기자란 직업이 이런 고충이 있구나. 기자가 쓰고 싶다고 해서 다 쓰는 게 아니고 결탁도 있겠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귀여우면서도 당찬 박보영의 연기와 더불어 빛나는 조연들의 가세로 영화는 힘을 얻었다. 극중 ‘영혼 탈곡기’라는 별명이 붙은 연예부 하 부장 역의 정재영은 정기훈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염두에 뒀다고 한다. 경영진과 기자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어정쩡한 태도를 드러내는 오 국장 역의 오달수, 도라희의 사수 한선우 역의 배성우 연기도 볼 만하다. 15세 관람가. 106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