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랑켄슈타인 프로듀서 김희철·연출가 왕용범 “잘만 만들면 해외서도 통해”

입력 2015-11-15 19:14
지난해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으로 한국 뮤지컬 역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프로듀서 김희철 충무아트홀 본부장(왼쪽)과 연출가 왕용범이 13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오는 27일 개막하는 앙코르 공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지난해 한국 뮤지컬계 최고의 화제작을 꼽으라면 단연 ‘프랑켄슈타인’이다. 충무아트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내놓은 이 작품은 총 89회 공연에 누적관객 8만명, 평균 객석점유율 95%를 기록했다. 제작비 40억원을 투입해서 약 1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한국 창작뮤지컬 사상 최고의 흥행 성적이다. ‘프랑켄슈타인’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27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다시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프랑켄슈타인’의 주역이라고 할 총괄프로듀서 김희철(53·충무아트홀 본부장)과 대본 및 연출을 맡은 왕용범(41·연출가)을 13일 충무아트홀에서 만났다. 둘은 지난해와 달리 한층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김 본부장은 “2013년 12월 처음 티켓을 오픈하기 전날 밤에는 잠을 한 숨도 못 잤다”며 “좋은 배우들을 캐스팅했지만 소위 티켓 파워를 가진 아이돌 스타 한 명도 쓰지 않은 상태에서 티켓이 얼마나 나갈지 걱정됐었다”고 회고했다. 다행히 티켓 오픈 첫 날부터 예매가 순조로웠다.

김 본부장은 삼성영상사업단, SJ엔터테인먼트 등을 거쳐 2004년 충무아트홀 개관 멤버로 참여해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충무아트홀이 뮤지컬 전문 공연장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 문예회관 가운데 가장 활성화된 데는 그의 공이 크다. 한국 뮤지컬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려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창작뮤지컬 제작이 답이라고 생각해온 그는 ‘삼총사’ ‘잭더리퍼’ 등으로 뮤지컬계에서 각색과 연출력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일본에도 진출한 왕용범 연출가와 의기투합했다.

왕 연출가는 “아이돌이 많이 나오는 라이선스 뮤지컬을 주로 만들어 왔지만 창작뮤지컬 개발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며 “충무아트홀 개관할 때부터 김 본부장님과 언젠가 꼭 창작뮤지컬을 같이 만들자고 약속했었고, 2012년 내 프로덕션에서 준비해온 ‘프랑켄슈타인’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공동제작하자고 제안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충무아트홀 덕분에 긴 시간과 적지 않은 제작비를 들여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면서 “민간에서 나 혼자 제작했더라면 결코 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둘은 ‘프랑켄슈타인’ 재공연과 별도로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제작비 50∼60억원이 투입되는 신작 ‘벤허’도 준비하고 있다. ‘벤허’는 미국 작가 루 월러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국내에선 영화로도 친숙한 작품이다.

김 본부장은 “이제 뮤지컬은 한국 시장만으로는 무의미하다”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잘만 만든다면 얼마든지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프랑켄슈타인’의 경우, 이미 일본의 대형 제작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세부사항을 조율 중이다. 그는 또 “해외에서 제작되는 뮤지컬 중에는 극장이 직접 개입해 책임도 지는 반면 한국은 그동안 민간 제작사가 제작비 전부를 부담해 왔다”면서 “‘프랑켄슈타인’이나 ‘벤허’가 국내 뮤지컬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인터뷰 내내 프로듀서와 창작자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중을 바탕으로 조금씩 양보해야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창작뮤지컬 제작 과정에서 창작자와 프로듀서가 불화를 일으키는 일이 적지 않다.

왕 연출가는 “창작자 입장에선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객관성을 잃기도 하는데, 프로듀서인 김 본부장님이 많이 중심을 잡도록 도와줬다”면서 “앞으로도 더 많은 작품을 함께 하고 싶지만 김 본부장님이 서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면 ‘벤허’ 이후엔 각각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서 작업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서운하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