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농촌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한데 목회가 그리 쉽지 않네요.”
휴전선에서 40㎞ 정도 떨어져 있는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운봉산로 영동교회. 이 교회 정진수(61) 목사에게는 기도제목이 있다. 사랑하는 아내 안선임(63) 사모와 좀 더 오래 살면서 사역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기도이다.
안 사모는 1992년부터 진행된 임신성 당뇨병으로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뱃속에 있던 아이는 9개월 만에 사산됐다. 현재 매주 세 번씩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
정 목사는 “매주 20명 정도 예배드리고 있다”며 “목회를 돕는 아내가 10년 가까이 투석을 받는 동안 건강이 많이 악화됐고 잇몸까지 주저앉아 성한 이가 거의 없다. 무엇보다 밥을 잘 씹지 못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성경보수 총회신학교에서 공부한 정 목사는 89년 전도사 시절에 이곳에 왔다. 30대 후반에 목사안수를 받고 26년째 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삭막한 도시를 떠나 시골에 가서 홀가분하게 목회를 한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농촌목회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워낙 시골인데다 주민들이 보수적이었다. 힘들게 전도한 이들이 도시로 떠나버릴 때는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재정 자립이 요원해진다는 사실이 어깨를 짓눌렀다.
그는 92년 5월 24일 주일 새벽기도를 하던 중에 “성전을 건축하라”는 주님의 음성을 들었다. 주일예배 때 성도들 앞에서 성전건축을 선언했다. 그리고 벽이 갈라지고 비가 오면 지붕이 새는 55년 된 낡은 성전을 헐고 새 성전을 지었다. 작지만 아름다운 112㎡ 규모의 성전을 2개월여 만에 완공했다. 정 목사의 사례비와 생활비, 성도들 헌금 등이 성전 건축비로 들어갔다.
정 목사는 심방요청이 들어오면 거리와 성도 수를 묻지 않고 어디든 달려간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기 때문에 기쁘게 달려가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체험한 하나님 이야기를 들려주며 전도한다. 신경쇠약과 기관지염, 소장염 등 각종 질병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하나님을 의지하고 신학을 공부해 목회자로 다시 선 이야기를 나눈다. 매주 수요일마다 인근 9개 교회 목회자들과 예배를 드리고 집집마다 방문하는 축호전도에 나서기도 한다.
“많은 믿음의 형제자매와 동료 목회자들이 함께 마음 아파하면서 기도해 주시고 응원해 주고 계십니다. 하지만 아내의 건강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식사 및 운동치료를 더 열심히 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목회자로서 정 목사의 꿈은 소박하다. 믿지 않는 영혼을 구원하고 초대교회의 모습을 이뤄가는 것이다. 지역노인들을 섬기고 복음을 전하기 위한 ‘실버 처치’ 설립도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다.
“미자립 농촌목회에 관심을 기울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더욱 열심히 목회하고자 합니다. 아내의 빠른 쾌유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하나님의 기적이 반드시 일어날 것으로 믿습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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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6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