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가채점으로 본 지원 전략] 영어 잘 봤다면 정시모집 상향지원 해볼 만
입력 2015-11-13 22:10
입시 전문가들은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변별력을 갖췄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영어 성적이 올 대입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핵심 변수’라고 봤다. 다른 과목들도 지난해 ‘물수능’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을 내놨다. 올해처럼 수능이 변별력을 갖췄을 때는 지원 전략을 다양하게 짜보라고 권한다.
영어에 따른 유불리 따져야
영어는 수험생 간 점수차가 예년보다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메가스터디는 영어 표준점수 최고점(원점수 만점자가 받는 표준점수)이 지난해 132점에서 올해 136점으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보다 더 높은 최고점을 예측하는 입시업체도 상당수다. 이는 최상위권부터 하위권까지 수험생들의 점수차가 커진다는 뜻이며, 그럴 경우 당락을 가르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영어를 잘 봤다면 문·이과 구분 없이 정시모집에서 상향 지원을 고려해볼 수 있다. 영어는 문·이과 공통으로 가중치가 부여되는 과목이다. 상당수 주요 대학이 문과는 국어와 영어, 이과는 수학과 영어에 가중치를 준다. 영어 가중치가 높은 곳의 목록을 작성해보면 유용할 것이다.
영어 점수가 평소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면 좀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수능 최저등급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 100% 확실할 경우에만 수시 대학별 고사를 포기해야 한다. 영어가 대다수 수험생의 예측을 벗어난 만큼 성적표가 나올 때까지 등급을 섣불리 예단해선 곤란하다.
정시모집에선 3곳 중 1곳 정도는 소신 지원을 권한다. 수능이 어려웠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수시모집을 통한 안정적 합격을 택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 수시모집에서 예상 외로 많은 인원이 빠져나가면 정시모집에서 의외의 결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물론 본인 성적의 장단점을 분석해 최적화된 지원 전략을 구사했을 때 가능한 얘기다.
가채점 결과에 따른 지원 전략
정시모집 전략을 짠다면 나의 상대적 위치를 보여주는 ‘표준점수’를 챙겨봐야 한다. 난도가 높아진 만큼 평균이 낮아지고 ‘표준점수 최고점’도 예년에 비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의 위치가 파악됐으면 각 대학의 전형 방식을 확인해봐야 한다. 올해 연세대 고려대 등은 학생부를 10% 정도 반영하고 대부분 수능으로만 선발한다. 또 모집단위별로 어떤 과목에 가중치를 높게 주는지 체크해야 한다.
백분위 점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탐구영역의 경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상위권 대학 다수가 변환표준점수를 반영하므로 백분위 점수가 중요하다. 탐구영역은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수험생마다 유불리가 발생한다. 올해는 특히 사회탐구보다 과학탐구에서 과목별로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큰 것으로 전망된다.
입시업체들은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서울대 경영학과 예상 합격점수를 원점수 400점 만점 기준 390∼393점으로 추정했다. 연세대 경영 388∼392점, 고려대 경영 385∼391점, 서강대 경영 378∼384점 등이다. 자연계는 392∼393점을 받아야 서울대 의예과에 합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연세대 의예과는 391∼392점, 고려대 의예과는 388∼389점 등이다.
‘수능 오류’ 올해는 없을까
13일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는 전 영역에서 300건에 이르는 이의신청이 제기됐다. 가장 많은 문항은 과학탐구 물리Ⅰ 6번이다. <보기>에 제시된 ㄷ선지의 ‘정지에너지'가 논란이 됐다. 현재 고교 교과서 중 2종에만 실린 개념이라 부적절한 출제였다는 지적이다.
이상기체와 유체, 추가 들어 있는 실린더에 일정 시간 열을 가했을 때를 그림으로 제시한 뒤 옳은 설명을 고르라는 물리Ⅰ 18번 문제도 이의신청이 쇄도했다. ‘정답이 없다'는 주장이 많았다. 평가원은 기체의 압력이 두 실린더에서 같다는 ㄷ선지를 틀리다고 봤지만 일부 수험생들은 이 선지도 맞는다고 주장했다.
지구과학Ⅰ 4번도 도마에 올랐다. 환경오염 사례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옳은 설명을 선지에서 고르는 문제다. 평가원은 2010년 미국 멕시코만의 석유시추시설 폭발로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증가했다는 ㄴ선지가 옳다고 봤다. 그러나 “원유 자체는 무기물이라 BOD값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견과 원유 유출로 인한 생태계 오염으로 물고기 등이 집단 폐사해 BOD가 증가한다는 의견 모두 타당하다”며 복수정답을 인정하라는 주장이 나왔다.
전수민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