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B-52 전략폭격기 2대가 최근 중국의 인공섬 주변 상공을 비행했다. 이에 중국은 지상 관제소에서 두 차례 구두경고를 하는 등 B-52 전략폭격기들의 근접비행에 반발했다. 이로써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해상시위에서 공중시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 8일 밤 괌에서 출발한 B-52 2대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근처의 국제공역에서 일상적인 임무를 수행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빌 어번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의 지상 관제소로부터 두 차례 구두 경고를 받았으나 2대 모두 사고 없이 임무를 수행했으며 작전 내내 철저하게 국제법을 준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B-52 2대가 ‘항행의 자유’ 작전 차원에서 ‘한 차례’ 중국의 인공섬 12해리 안으로 지나갔다고 보도했으나 국방부는 이를 부인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그 어떤 국가를 막론하고 항해와 비행의 자유를 핑계로 국제법을 위반하고 중국의 주권과 안보이익을 훼손하는 데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며 미국 폭격기의 비행을 비판했다. 훙 대변인은 “중국은 국제법에 따라 남중국해에서의 항해와 비행의 자유를 존중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B-52를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로 비행시킨 것은 지난달 27일 구축함 라센호의 인공섬 12해리 안 통과에 이어 12일 만이다. 중국은 라센호 통과 이후 J-11 전투기를 베트남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우디섬에 배치하며 실전훈련을 벌이는 등 대응 수위를 높였다. 중국의 전투기 배치는 인공섬 영유권을 수호하기 위한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의 B-52 비행은 다분히 이를 의식한 무력시위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오는 18∼1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미국이 B-52 전략폭격기를 중국과 갈등을 빚는 곳으로 발진시킨 것은 2013년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선포 이후 처음이다. 미국은 당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가 한국과 일본 정부의 반발을 사자 같은 해 11월 25일 B-52 2대를 동중국해로 진입시켰다. 당시 중국은 “경고를 무시하고 방공식별구역으로 진입하면 격추시키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양측의 긴장이 고조됐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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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번엔 공중시위…전폭기 남중국해 비행
입력 2015-11-13 2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