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내 비주류 진영이 주류 진영과의 세(勢) 대결에서 연일 패배하면서 당 안팎에서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의 심장부인 호남에서 문재인 대표 지지율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비주류 진영 역시 ‘문재인 체제’의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이 두 달 연속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3일 발표되면서 새정치연합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성인 1012명을 상대로 한 조사(신뢰도 95%, 오차 ±10.2% 포인트)에 따르면 야권 텃밭인 호남 지역에서 문 대표는 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26%)과 안철수 의원(14%)은 물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9%)에게도 오차 범위 내에서 뒤진 수치다. 문 대표는 지난달에도 호남에서 8%의 지지율을 얻었다.
그러나 여의도 상황은 다르다.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 진영은 지난 9월 이후 비주류 진영과 세 차례 정면충돌했지만 모두 승리했다. 지난 9월 비주류 의원들은 공천혁신안에 반발하며 중앙위원회 집단 퇴장을 사전 결의했지만 행동에 나선 의원은 두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재신임 정국도 문 대표의 ‘리더십 굳히기’로 정리됐다. 최규성 의원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법제화의 당론 채택을 요구해 소집된 지난 12일 정책의원총회는 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조차 못했다.
번번이 세력화에 실패하면서 비주류 내부에서도 자조적 목소리가 나온다. 한 비주류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비주류 내부에 확실한 구심점이 없다보니 한목소리를 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실제 비주류 진영은 중도 성향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통합행동’과 비노(비노무현) 성향 인사들이 모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정치개혁을 위한 2020모임’ 등으로 나뉘어 있다. 또 비주류 진영을 대표하는 안철수 김한길 박지원 의원 등은 선두에 나서지 않은 채 주류 측과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비주류 진영이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명분 싸움’에서도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국민들에게 야권이 현 정권의 대안세력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처럼 야권 내부에서도 비주류 진영이 주류 측의 대안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당직자는 “12일 의총도 ‘20% 물갈이안’에 대한 성토의 장처럼 비치는 바람에 명분을 다 잃지 않았느냐”며 “차라리 부글부글하던 때가 훨씬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한 비주류 인사는 “충분한 당내 논의 없이 밀어붙인 공천혁신안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를 ‘반(反)혁신’으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양 진영이 사생결단식 전면전을 벌이기 힘든 현실적 이유도 있다. 한 비주류 핵심 의원은 “수도권에서는 친노(친노무현) 유권자 없이 선거에서 이길 방법이 없다”며 “서로 보완재인 상황에서 주류나 비주류 모두 서로를 완전히 쳐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기획] 죽쑤는 文, 그 문 못넘는 비주류… 새정치 안팎 자성·비판론
입력 2015-11-13 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