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네 탓” 원색 공방… 선거구 획정, 다시 원점으로?

입력 2015-11-13 22:03
공직선거법이 정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시한을 지키지 못한 여야는 13일 네 탓 공방에 열을 올렸다. 새누리당은 합의가 안 되면 현행대로 선거를 치르자며 버티기에 들어갔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이 욕심만 채우려 한다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서로 받을 수 없는 사안을 분명하게 확인했으니 더 이상의 논의는 무의미하다는 분위기가 짙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양당이 서로 뜻을 달리하는 부분은 포기하고 합의할 수 있는 부분만 갖고 선거구 획정을 빨리 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선거연령 인하, 투표시간 연장 등은 우리 당이 도저히 받을 수 없다”며 “의원정수 300명 안에서 농산어촌 지역구가 줄어드는 것을 최소화해 늘어나는 지역구 수만큼 비례대표를 줄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안”이라고 했다. 지난 3일간 양당 지도부 회동에서 입장차가 좁혀지기는커녕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김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선 “문재인 대표가 초선이라 정치 경험이 없어 협상하기 힘들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선거구 논의와는 별개로 당내 경선 준비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으로 잠시 미뤄놨던 당내 공천 특별기구를 서둘러 구성하고 경선 일정도 조기에 확정하겠다는 것이다.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다음달 15일 이전에라도 정치 신인들이 뛸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다. 여기엔 야당을 압박하는 의미도 있다. 김 대표는 거듭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의 현행 체제대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회가 정한 획정 기준을 바탕으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안을 제출하고, 국회가 이를 다시 확정하는 절차를 감안하면 늦어도 다음달 초엔 획정 기준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여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새누리당이 어느 것 하나 양보하지 않고 야당의 ‘백기투항’만 강요했다는 점을 집중 부각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확대간부회의에서 “배부른 정당, 더 큰 정당이 끊임없이 스스로 욕심만 불리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공개회의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던 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협상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전혀 여당답지 못했다”고 일갈했다.

여야는 인신공격용 발언들도 거리낌 없이 주고받았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 교과서 저지 투쟁을 통해 비노(비노무현) 그룹의 탈당을 막았던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이번엔 선거구 협상을 무산시키면서 비노계의 정치행동을 제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 대표가) 친노 프레임만 벗으면 선거구 획정은 하루 만에 해결된다”고도 했다. 그러자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은 “지난 3일간 성실하게 협상에 임한 야당에 대한 졸렬한 이간질이자 정치도의를 망각한 거짓 선동”이라고 맞받았다. 김 의원은 “김무성 대표가 직접 ‘국회 선진화법 개정 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했다가 ‘진박’(진짜 친박근혜)의 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2∼3시간 만에 없던 일로 하자고 입장을 바꿨다”며 “새누리당은 협상 내용을 일일이 ‘보이지 않는 손’의 재가를 얻어야 하느냐”고 했다.

권지혜 고승혁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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