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 간 현대미술… 경기도박물관 ‘현대미술, 박물관에 스며들다’展

입력 2015-11-15 19:44

미술 장르가 서로 섞이는 포스트모던의 시대다. 그럼에도 박물관과 미술관의 경계는 철옹성처럼 강고했다. 고미술은 박물관, 현대미술은 미술관이라는 전시 공식이 지켜졌던 것이다. 이 견고한 이분법에 반기를 들 듯 현대미술 작품이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조선 말기 화가 신명연의 ‘흑매도’. 이른 봄의 추위를 뚫고 피는 매화의 기개는 곧 선비가 지향하는 삶의 이상이었다.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가치관의 투영이었다. 이 옛 그림 앞에 전시된 작품은 동시대 작가 손동현이 그린 의인화한 사군자 ‘미스터 플룸 블로섬(Mr. Plum Blossom·사진)’이다. 근육질 사이버 인간의 몸에 핀 꽃이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손동현은 배트맨 등 우리 시대의 영웅을 한지에 먹으로 그리는 한국적 팝아트로 유명한 작가다.

도자기 파편을 이어 붙여 문화의 차이와 오해를 이야기하는 이수경의 ‘번역된 도자기’와 도자기를 사진보다 더 사실적으로 그린 고영훈의 회화는 도자기실에 놓였다. 함께 전시된 15세기 조선 백자 ‘모란넝쿨무늬병’ 같은 옛 유물들은 이들 작가에게 영감의 원천이었을 것이다. 이밖에도 백남준의 ‘TV시계’, 익명의 여성의 삶을 가시화한 조덕현의 ‘디스 알레고리’ 등 회화, 설치, 조각, 사진, 비디오를 아우르는 40여점이 출생의 근원을 찾아가듯 박물관 상설 전시실 곳곳에 자리 잡았다.

경기도 용인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현대미술, 박물관에 스며들다’ 전시 얘기다. 경기문화재단이 3월부터 산하의 6개 뮤지엄을 통합해 본부체제로 전환한 이후 달라진 체제를 활용한 전시다.

김찬동 뮤지엄본부장은 13일 “박물관에 백남준아트센터와 경기도미술관 등 산하 2개 미술관이 소장한 현대미술 작품을 병치시킴으로써 콘텐츠 교류와 소통의 가능성을 실험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29일까지. 입장료 성인 4000원, 청소년 2000원.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