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만개 일자리 파워… 간디 앞에서 미래 약속한 英·印

입력 2015-11-13 21:51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가 12일(현지시간) 런던 국회의사당 광장의 마하트마 간디 동상 앞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박수를 치고 있다. 두 사람은 정상회담에서 90억 파운드(약 16조원) 경협에 합의하는 등 식민지 과거사에서 벗어나 협력관계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EPA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영국 방문 환영 행사에서 영국 공군 곡예비행단 ‘레드 애로우스’가 런던의 시계탑 빅벤 위로 인도 국기 색인 삼색 연기를 남기며 날아가고 있다(위 사진). 같은 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오른쪽)가 잉글랜드 에일즈버리에 위치한 총리 별장에서 모디 총리를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첫 영국 국빈 방문에 나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3일(현지시간) 7만명이 운집한 런던 웸블리 구장에서 대대적인 환영을 받는 등 이틀째 ‘럭셔리’한 방영 일정을 이어갔다. 인도와 영국 양국은 전날 정상회담에서 90억 파운드(약 16조원)어치의 경제협력에 합의하는 등 과거 식민지 시절의 앙금을 털어내고 ‘공생 관계’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과거 종교·인권탄압을 이유로 모디 총리의 입국을 불허했던 영국 정부가 지난달 말 다녀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환대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돈다발’만 바라보고 무조건적으로 애정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비판 여론도 거세다.

현지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140만명의 영국 내 인도 교포사회가 마련한 웸블리 환영행사에는 공연과 퍼레이드 등이 펼쳐졌으며,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비롯한 영국 정부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행사에는 무용단과 합창단, 요가 동호회 등 40개 단체가 참여했다.

영국은 전날에도 공군을 동원해 인도 국기 색인 삼색 연기를 내뿜는 축하비행을 벌였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의 오찬, 인도 총리로서는 처음인 상·하원 합동연설, 캐머런 총리 별장 초대 등의 일정을 마련해줬다.

총리관저에서 가진 정상회담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모디 총리는 대규모 경협에 합의한 뒤 “인도는 유럽 내 다른 나라와도 교역하지만 영국을 유럽연합(EU)의 우선적인 관문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캐머런 총리는 “영국과 인도는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경제적 콤비네이션(결합)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같은 시각 총리관저 밖에선 인도계 이슬람교도, 네팔인, 작가, 인권단체 회원 등 수백명이 인도 정부의 인권탄압과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해 항의하며 “모디를 쫓아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앞서 인도계 작가 살만 루시디 등 작가 200여명은 캐머런 총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인도의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를 지적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현지 언론들도 모디 총리가 주지사 시절이던 2002년 구자라트주에서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 간 폭력 사태가 발생했을 때 독실한 힌두교도인 그가 1000명의 이슬람교도 사망자를 낸 당시 사태를 방관한 적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모디는 한때 영국 입국이 금지되기도 했다. 전날 모디의 의회 연설 때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당수가 불참한 것도 이 일 때문이다.

그런데도 영국이 모디를 극진히 대접한 것은 막강해진 인도자본 때문이다. 현재 영국 내 인도계 기업의 일자리는 11만개다. 6만5000명을 고용한 타타그룹이 대표적이다. 이 그룹은 영국 자동차 브랜드의 상징인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인도계 영국인 중 60만명은 영국 태생으로 주류사회에서 점점 더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현실도 감안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