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산층 급증·한-중 밀착 등 위협… 北, 개혁 외면 못해”

입력 2015-11-13 20:55 수정 2015-11-13 21:35

1982년 덩샤오핑(鄧小平) 당시 중국 중앙군사위 주석은 제12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건설’ 노선을 천명한다. 1978년 제11기 3차 중앙위 전체회의(3중 전회)에서 ‘개혁’과 ‘대외경제협력’(개방)이란 낯선 단어를 꺼낸 지 4년 만이다. 잠자고 있던 아시아의 맹주가 사회주의의 틀을 깨고 비로소 포효하는 순간이었다.

중국에 이어 1986년 러시아(옛 소련)와 베트남도 당 대회를 열고 잇따라 개혁·개방 노선을 선포했다. 이런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고 세상과 담을 쌓았던 북한도 마침내 변화를 받아들일까. 뤼디거 프랑크 교수는 끊임없는 숙청 작업, 늘어나는 중산층, 팽창하는 시장 경제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이 36년 만에 개최하는 내년 제7차 당 대회에서 개혁·개방 노선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북한, 마침내 이륙(Take-off)할까=프랑크 교수는 내년 5월 제7차 당 대회를 앞둔 북한이 기존 체제의 ‘뉴 노멀(새로운 기준)’에 그칠지, ‘이륙(Take-off)’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기존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며 약간의 변화만 꾀하는 ‘뉴 노멀’ 단계에는 이미 진입했다고 봤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2013년 ‘핵·경제 병진노선’을 발표했다. 군부 양성과 더불어 인민의 ‘먹거리’를 중시하는 병진 노선의 발표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先軍)’ 정치는 사실상 막을 내린다. 북한 고위층을 독점하던 군부는 이제 경제 관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뉴 노멀’이다.

따라서 내년 당 대회에서는 이보다 더 진보한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프랑크 교수는 북한이 개혁·개방을 선언하면서 경제학자 월트 로스토가 말한 도약적 경제성장 단계인 ‘이륙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프랑크 교수는 “최근 북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7차 당 대회 계획을 물어왔다”며 “그들은 의미심장한 일이 발생하고, 중대 발표를 해야 할 때 7차 당 대회가 열릴 것이라고 확신해 왔다”고 말했다. 36년 만에 열리는 내년 당 대회에서 모종의 발표가 있을 것임이 유력하다는 의미다.

이어 김 제1비서가 최근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에서 ‘애민주의’를 표방한 사실을 지적했다. 김 제1비서는 집권 이후 인민의 경제 여건 제고를 위해 노력했지만 현 체제 하에서는 어려움만 절감한 상태다.

프랑크 교수는 김 제1비서가 최근까지 권력자에 대한 숙청 작업 등으로 대내외에 권위를 정립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여기에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 급증하는 중산층, 체제를 위협하는 외부 정보들, 칼날 위에 서 있는 식량 상황, 한·중의 밀착 관계 등도 북한 정권에 위협이 되고 있다. 프랑크 교수는 “7차 당 대회는 김 제1비서가 북한을 중국,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점진적이면서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완벽한 기회”라고 말했다.

◇중요 발표 쏟아졌던 북한 당 대회=북한 노동당 당 대회는 지금까지 6차례 개최됐다. 4년마다 열리게 돼 있지만 김씨 일가의 건강 상황이나 대외적 여건 탓에 비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1956년 열린 3차 대회에선 ‘사회주의 기초건설을 완성하기 위한 제1차 5개년 계획’이 수립됐다. 1961년 4차 대회에선 ‘인민경제발전 7개년 계획’, 1980년 6차 대회에선 사회주의 건설 10대 전망 목표가 제시됐다.

주요 정책 발표 외에도 후계 구도 확립 절차도 당 대회를 통해 이뤄졌다. 김일성은 3차 대회에서 남로당계·소련파를 제거하고 독재 체제의 기반을 닦은 뒤 5차 대회에서 당 중앙위 총비서로 추대됐다. 1980년 6차 대회에선 김정일에게 당 중앙위 상무위원, 비서국 비서 등의 직책이 부여됐다.

강준구 조성은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