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의 도쿄재판 검증은 戰後질서 파괴행위다

입력 2015-11-13 18:08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역사 뒤집기는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2차 세계대전의 전범들을 단죄했던 ‘도쿄 전범재판’마저 검증하겠다고 나선 것은 명백한 역사 도발이다. 집권 자민당이 창당 60주년(11월 15일)을 맞아 총재인 아베 총리 직속으로 ‘전쟁 및 역사인식 검증위원회’를 출범시킬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위원회가 검증할 부분은 연합국군총사령부(CHQ) 점령정책, 태평양전쟁, 위안부, 난징대학살 등 역사 전반이다. 표현이 검증이지 도쿄 전범재판의 진행이나 판결 내용에 대한 정당성을 따져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연합국은 도쿄 재판을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일본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맺었다. 일본은 이 조약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돌아왔다. 도쿄 재판은 나치를 단죄한 뉘른베르크 재판과 함께 2차대전 전후(戰後) 처리를 매듭지었던 엄중한 역사다. 아베 정권의 검증 시도는 전후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다. 국제사회가 전쟁 범죄를 단죄한 뒤 성립된 전후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일본 정부가 표명해온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국제사회는 전후 체제를 부정하려는 일본의 이런 시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서 일본이 동아시아 안보를 일정 부분 떠맡으면서 더욱 공고해진 미·일 관계를 등에 업고 역사마저 뒤집으려는 시도는 정말 우려스럽다. 한국과 중국 등 피해 당사국은 물론이고 연합군을 주도한 미국도 좌시해서는 안 된다. 일본이 국제사회의 규범과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다면 다른 나라들로부터 진정한 정상 국가로 대접받지 못할 것이다.

파문이 예상되자 자민당이 나서서 ‘공부 모임’이라 규정하고, 보고서도 내지 않을 것이라고 애써 강조했다. 해명 자체가 온당치 못한 일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일본은 경제대국답게, 국제사회의 리더답게 처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