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 깬 친박發개헌론… “시나리오 있나” 촉각

입력 2015-11-13 21:49 수정 2015-11-14 00:05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 도중 눈을 크게 뜬 채 원유철 원내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원 원내대표는 대화 도중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다. 이병주 기자

정치권은 13일 개헌론으로 술렁거렸다. 촉발지가 여권, 그것도 친박(친박근혜)계라는 점에서 더 소란스러웠다.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시킨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반대 입장에 여권에선 최근까지 개헌 언급 자체를 금기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사무총장 출신 친박계 핵심인사가 공개적으로 개헌 필요성을 언급하자 진위 파악에 분주했던 것이다.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5년 단임제 대통령제는 이미 죽은 제도가 됐다”면서 “외치(外治)를 하는 대통령과 내치(內治)를 하는 총리로 이원집정부제를 하는 게 훨씬 더 정책의 일관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개헌 논의 시기를 ‘20대 국회’라고 전제했고, “반기문 대통령에 친박 총리, 이런 얘기가 나돌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가능성 있는 얘기”라고도 했다.

앞서 지난 4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5년 단임 정부로는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혀 친박계의 ‘개헌론 띄우기’가 계산된 시나리오에서 나오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분권형 개헌론이 박 대통령의 집권 하반기 ‘레임덕’ 방지와 퇴임 후 구상과도 관련 있다고 해석한다. ‘영남권 물갈이’로 박 대통령의 ‘친정 체제’가 확실히 구축되면 단독 또는 연정을 통해 최대 정치세력으로 영향력을 이어가는 것을 염두에 둔 논의라는 얘기다.

일단 청와대와 당 지도부는 개헌론에 선을 그었다.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국정 현안이 많다는 게 이유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노동개혁 5대 입법, 경제활성화 4개 법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와 민생경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인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국회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경제살리기와 4대 개혁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개헌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면서 “어떤 입장에서 하는지 모르겠지만 전혀 방향을 잘못 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박(비박근혜)계는 진의를 파악하면서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무성 대표는 개헌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개헌 얘기는 하지 않겠다”며 언급을 삼갔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친박발(發) 개헌론의 의도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대선 때부터 얘기됐던 개헌 논의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뒤집을 수 있는 개헌이라든지, 또는 지방분권 강화 등 ‘87년 체제’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그런 개헌이었다”며 “홍 의원의 개헌은 그런 맥락을 벗어나서 조금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있는 것이란 의심을 한다”고 말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와 친박들이 그동안 스스로 ‘블랙홀’이라고 했던 개헌으로 모든 실정을 가리고, 내년 총선에서 개헌 의석수를 확보하기 위한 다목적 카드일 수 있다”며 “개헌조차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나쁜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장희 임성수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