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처럼 적절한 변별력 갖춘 수능이어야

입력 2015-11-13 18:07
수능의 위상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16학년도 입시에서 수능 위주의 정시전형으로 뽑힐 신입생은 전체 모집 정원의 32.5%에 불과하다. 2017학년도에는 30.1%로 더욱 축소된다. 정시·수시 비율이 71대 29였던 2002학년도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상위권 대학들은 수시전형에서 적용하던 수능 최저점수를 대폭 완화하거나 아예 폐지하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수능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셈이다.

수능이 대학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은 바로 변별력 때문이다. 정부는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을 억제하는 길은 ‘쉬운 수능’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수능을 EBS 교재와 연계하는 것이었다. 연계율은 수년 동안 70% 수준을 유지했다. EBS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EBS 교재 지문을 수능에 그대로 활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다 보니 수험생들은 지문을 달달 외우거나 교과서는 멀리하고 EBS 교재만 공부하는 폐단이 생겼다. EBS 교재 문제풀이 강좌가 학원마다 생겨나면서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겼다. 지난해 수능 영어 만점자가 역대 최고인 3.37%까지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EBS 교재 지문을 베끼지 않았고 교재 밖 지문도 늘렸다. 이미 공부했던 지문이 출제될 것으로 예상했던 수험생들이 변형된 지문에 당황하면서 전반적으로 체감 난도(難度)도 높아졌다. 13일 가채점을 한 수험생들이 “물수능 아닌 불수능” “헬(Hell·지옥) 영어”라는 반응을 보인 이유다.

수능이 자격시험이 아닌 이상 일정한 난이도는 유지돼야 한다. 수험생이 공부한 만큼 성적을 얻을 수 있도록 어려운 문제부터 쉬운 문제까지 단계별 변별력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수능이 대학들의 외면을 더 이상 받지 않을 것이다. 이번처럼 EBS 교재에 치우치지 않고 적절한 변별력을 갖춘 수능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