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항상성

입력 2015-11-13 18:17
교란(화재)과 항상성. 위키피디아

11월 한가운데에 이르렀다. 11월엔 겨울에 들어선다는 입동과 첫눈이 온다는 소설이 늘 자리한다. 어느 해건 11월 마지막 요일은 그해 8월 마지막 요일과 항상 같고, 1년이 365일인 평년에는 2월과 같은 요일로 시작한다. 이러한 것이 자연의 이치인지도 모른다. 우연인 듯하나 나름의 방향성과 일정한 규칙을 지니게 하는 이러한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동적인 기작을 지닌 생태계는 각 요소들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생태계가 급변하지 않는 정적인 체제로 보이는 것은 ‘항상성’이라는 기능에서 비롯된다.

생태계의 항상성은 내부와 외부로부터의 일시적 교란이나 영향을 받을 때 원래 지니고 있는 평형상태를 유지하거나 되돌아가려는 기능 또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는 ‘회복력’과 ‘저항력’이라는 두 가지 기작이 관여한다.

회복력(resilience)이란 교란이 일어난 후 교란 전의 상태로 생태계가 되돌아오려는 힘 또는 속도의 빠름을 의미하고, 저항력(resistance)은 어떠한 영향에 대하여 자신의 고유한 생태적 기능과 구조를 유지시키려는 힘을 말한다. 생태계는 외적 영향(교란)이 시스템의 안정적 평형상태를 깨뜨리지 못하도록 어느 정도의 저항력을 지니며 교란이 임계점을 초과하면 회복력이 작동한다.

일반적으로 양호한 기후환경을 보이는 생태계는 상대적으로 저항력이 높고 회복력이 낮은 반면 열악한 환경에서는 반대의 경우를 보인다. 열대우림 등 동적으로 약한 생태계는 변화가 거의 없는 일정한 환경에서 복잡한 구성요소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외부적인 교란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약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와는 달리 물리적·환경적 변화에 대한 내성의 범위가 넓은 생태계는 동적으로 강하다고 표현된다. 이 같은 생태계는 우리나라와 같이 연중 계절적인 변화가 심한 곳에서 나타난다. 이러한 생태적 특성이 우리 국민의 특성에도 작용하였을 것이다. 알게 모르게 체화된 저항력과 회복력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는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항상성이 시험받고 있는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기작이 무엇인지 고민케 한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