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지는 미래도로시스템] 박테리아가 균열 메우는 ‘자동 보수 도로’ 생긴다

입력 2015-11-14 04:17
자동차 업체 도요타 렉서스가 내놓은 미래의 자동차 광고(왼쪽)와 제너럴모터스(GM)가 선보인 미래 자동차 모습.

1989년에 상영된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는 공중부양 스케이트보드인 ‘호버보드’를 타고 자기부상 차량들이 오가는 2015년의 거리를 자유로이 누볐다.

지난 6월 일본 자동차 업체 도요타 렉서스는 이런 호버보드를 실제로 개발해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하고 그 영상을 공개했다. 사실 이전에도 영화와 비슷한 모습의 장치는 여러 차례 발표됐다. 최근에는 공중에 뜨지는 않지만 영화 속 호버보드와 비슷한 모양의 ‘라이더블(Ridable)’이라고도 불리는 레저용 전동기구가 대중화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이동수단은 발전했지만 우리가 다니는 거리는 맥플라이가 누볐던 스크린 속 2015년의 거리보다는 영화가 발표된 1989년의 극장 밖 거리에 더 가깝다. 이동수단은 발전했지만 도로를 비롯한 각종 인프라가 변하지 않아서다. 그러나 산업화 이래 한 세기 가까이 변화가 없었던 현대 도로 시스템도 최근 급격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인디고고 등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모금 중인 ‘태양열 도로 프로젝트’는 미래의 도로 모습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현재의 도로를 태양열 패널로 바꾸는 게 골자인 이 사업에는 밤에 길을 밝혀줄 LED 전구를 비롯해 눈을 녹이기 위한 전열장치, 전동 교통수단이 운전 중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충전장치 등이 포함되어 있다.

미래에는 도로가 함몰되거나 균열이 가면 사람 없이도 스스로 수리하는 ‘자동 보수 도로’도 생겨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영국 배스대와 케임브리지대는 도로가 부식하면서 생기는 균열을 박테리아를 통해 해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박테리아가 함유된 아스팔트 반죽으로 도로를 건설해 비가 내릴 때 이들 박테리아가 활성화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박테리아가 증식하면서 생성하는 석회 물질이 아스팔트 균열을 메우고, 이를 통해 도로 무너짐 현상을 방지한다. 이 기술이 현실화될 경우 수리 없이도 도로 수명이 평균 30년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막대한 돈을 들여 현대와 같은 아스팔트 도로를 새로 만들기 어려운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의 경우 드론이 새로운 대안적 교통체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벤처기업 매터넷이 무인 수송 기술을 통해 아프리카 등 오지에 드론으로 의약품이나 식품 등 구호품 전달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이들은 대상 국가에 도로나 철도 등 제대로 된 교통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점에 착안했다. 매터넷은 이를 위해 먼 거리를 날아온 드론이 전지를 교체할 수 있는 정류장이나 구호품을 수령할 수 있는 거점 시설을 만들어 종국에는 하나의 거대한 전혀 새로운 교통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래에 무인차량이 현실화되면 도로의 안전성도 비약적으로 향상될 전망이다. 운전자들이 졸음, 음주 등으로 인해 실수하거나 자의적 판단에 의해 교통 상황을 오판할 가능성이 줄기 때문이다. 무인차량끼리 교신이 이뤄질 경우 차량끼리 충돌할 가능성도 준다. 현재 무인차량의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갑작스러운 교통 변수에 대한 판단능력이 보완되는 게 급선무다. 때문에 센서 등으로 각종 교통 상황을 실시간 감지하는 ‘스마트도로’까지 더해진다면 도로가 무인차량과 교신해 날씨나 도로 상황 등을 무인차량에 실시간 업데이트, 가장 효율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도와주게 될 것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