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에서 회복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황의조(성남 FC) 대신 그라운드에 들어선 것은 후반 18분이었다. 경기 흐름이 달라졌다. 손흥민의 위력을 알고 있던 미얀마 수비진이 그의 몸놀림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손흥민은 한국이 2-0으로 앞서 있던 후반 37분 페널티지역 외곽 왼쪽에서 정교한 프리킥을 날려 장현수(광저우)의 헤딩골을 도왔다. 후반 41분엔 남태희(레퀴야)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손흥민은 골을 터뜨리진 못했지만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5차전에서 미얀마를 4대 0으로 완파했다. 5연승을 달린 한국은 승점 15점(5승)으로 G조 선두 자리를 지키며 1위에게만 주어지는 최종예선 진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올해 성적은 15승3무1패가 됐다. 올해 마지막 A매치인 17일 라오스 원정경기에서 이기면 1980년 이후 35년 만에 처음으로 16승 고지를 밟게 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적인 4-1-4-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황의조가 출격했다. 좌우 날개에는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과 이재성(전북)이 포진했다. 중앙에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기성용(스완지시티)이 호흡을 맞췄고, 정우영(빗셀 고베)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공수를 조율했다.
‘슈틸리케호’는 경기 운영과 체력, 개인기, 조직력, 속도 등 모든 면에서 미얀마를 압도했다. 미얀마는 예상대로 수비 전술로 한국에 맞섰다. 수비수들은 페널티지역 앞쪽에 진을 쳤고, 나머지 선수들은 중원에 웅크렸다. 한국은 정공법을 택했다. 먼저 경기 주도권을 잡고 침착하게 밀어붙이는 전술로 미얀마를 상대했다. 미얀마는 간간이 역습을 시도했지만 한국의 뒷공간을 쉽사리 공략하지 못했다.
기다렸던 한국의 선제골은 전반 17분에 터졌다. 기성용이 하프라인 근처에서 긴 패스를 날리자 이재성이 페널티지역에서 받아 왼발슛으로 마무리했다. A매치 12경기 만에 넣은 4번째 골이었다. 한 번의 패스로 미얀마의 밀집수비를 허물어 버린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일방적으로 미얀마를 몰아붙이던 한국은 전반 30분 두 번째 골을 뽑아냈다. 지동원이 페널티지역 외곽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구자철이 정면에서 헤딩슛을 날려 그물을 흔들었다. 한국은 후반 들어 다소 답답한 공격을 전개했다. 그러나 손흥민의 교체 투입으로 활기를 얻어 두 골을 더 뽑아낸 뒤 경기를 마무리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경기 내용에 만족한다”며 “후반전에 선수들이 기술적인 부문에서 실수가 나와 어려움이 있었다. 마지막 10∼15분 정도 남겨 놓고 플레이가 살아나 골이 들어갔다. 마지막은 교과서적인 득점 장면이었다. 무실점 승리를 기록했고 이런 모습을 라오스전까지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도움 준 ‘손’…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입력 2015-11-13 01:49 수정 2015-11-13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