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을 위한 여야 지도부 담판은 사흘간 평행선만 달리다 무위로 끝났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내년 총선에 ‘지역구 확대’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일부 도입’을 조건으로 야당에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요구했다가 스스로 거둬들였다. 비례대표 의석수 조정에 따른 유불리 셈법이 발목을 잡았다. 여야는 협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지도부까지 나선 담판마저 별무소득으로 끝나 지루한 공방이 연말까지 계속될 우려가 커졌다.
◇막판까지 평행선=여야 당 대표,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는 12일 낮 12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4+4’ 3차 회동을 가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협상 과정에서 정개특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 중재안을 제시했고, 김 대표는 “이 위원장 안을 받으면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해 줄 수 있느냐”고 제안했다. 지역구 수를 253석으로 늘리는 대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일부 도입하는 조건이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야당 지도부에 “내가 정치경력이 짧으니 이후 회동에서 논의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위원장 중재안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이는 대신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수 과반을 우선 배분하는 방식이다. 현행 의석수(300석)를 기준으로 A정당이 5%의 정당득표율을 획득했을 경우 8석(300석×0.05/2)을 보장해 주는 방식이다. 19대 국회에 적용하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의석수는 줄고 정의당은 늘어난다.
김 대표는 이를 최고위에 보고했지만 곧바로 반려됐다. 군소정당에 유리해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가 어렵게 된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이후 오후 5시30분 재차 회동했지만 10분 만에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도 오갔다고 한다.
◇서로 ‘네 탓’ 공방=여야는 결렬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겼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은 (회동 내내) 선거구와 거리가 먼 선거연령 인하, 투표시간 연장 등을 강요했다”며 “게임의 규칙을 자기들 유리한 대로 정해놓고 선거를 치르자는 것으로,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내각제가 시행될 때나 가능한 일인데, 받을 수 없는 제안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협상에서 지역구 수를 249석, 253석, 255석으로 늘리는 여러 대안을 제시했지만 야당이 비례대표 수를 한 석도 못 줄이겠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고 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는 국회선진화법까지 포함해 논의하겠다고 들어갔는데 (여당이) 곧바로 다 무효로 하고 (현행 지역구 의석수인) 246석으로 끝내자고 했다. 3일 동안 쇼를 한 것”이라고 했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새누리당은 평생 과반 정당을 해야겠다는 강박이 있는 거 같다”며 “비례대표 의석수를 그냥은 못 줄인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협상 전망은 양당이 제시한 마지노선마저 이견차를 보이고 있어 밝지 않다. 새누리당은 극적 합의를 못 이룰 경우 현행 의석수(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를 기준으로 총선 전략을 세우겠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김 대표는 “이번 주말까지 상의해 보겠지만 어쩔 수 없이 당내 후보 경선 일정을 앞당겨 신인들이 활동하는 방법을 모색할 단계에 왔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다음 주에 심기일전해서 더 가속페달을 밟아 선거구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전웅빈 문동성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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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 협상 결렬] ‘비례대표 의석수’ 셈법이 발목 잡았다
입력 2015-11-12 22:28 수정 2015-11-13 0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