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세월호 이준석선장 무기징역 확정]“승객 익사시킨 것”대형인명사고 ‘살인죄’ 첫 인정

입력 2015-11-12 21:18 수정 2015-11-13 01:56

이준석(70) 세월호 선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데에는 13명 대법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 절대적 권한과 책임을 가진 선장이 승객 안전은 철저히 방관하고 먼저 퇴선한 행위는 살인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선장의 역할을 의식적이고 전면적으로 포기했다”고 일갈했다.

◇‘미필적 고의’ ‘부작위 살해’ 모두 인정=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선박에서 선장의 지위를 “모든 상황을 지배하는 절대적 권한을 가진 사람”으로 규정했다. 권한만큼 책임도 무겁게 봤다. 재판부는 “총책임자로서 위험에 직면하면 선박공동체 전원의 안전이 최종 확보될 때까지 구조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 의무를 방기한 이 선장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이로 인해 누군가 죽어도 할 수 없다는 생각)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지체할 경우 승객 등이 익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예상하면서도 내버려둔 채 먼저 퇴선했다”며 “승객 안전에 철저하게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방관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행동은 이 선장이 ‘승객들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퇴선 후 해경에 선내 상황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은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퇴선방송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던 1심 판단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퇴선방송 지시를 하지 않았고, 설령 했더라도 명령에 수반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형식적이고 무의미한 지시에 불과했다”는 2심의 판단을 확정했다.

이 선장의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는 적극적 살인행위와 동등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 선장은 9시26분 전후로 2등항해사와 진도VTS의 대응 지시를 받고도 묵살했다. 승객 구조를 위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선체가 계속 기우는 상황에서 퇴선을 위해 좌현 갑판으로 이동해야 했지만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세월호가 52.2도까지 기울었을 때라도 탈출을 시작했다면 9분28초 만에 모두 탈출할 수 있다는 게 가천대 시뮬레이션 결과다.

재판부는 “조타실 방송 장비를 통해 쉽게 퇴선을 지시할 수 있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303명 사망자는 막연히 선내에서 대기하라는 방송만 반복적으로 듣게 됐다”고 지적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를 “승객을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행위와 같다”고 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대형 인명사고에서 살인죄가 인정된 첫 사례다. 그동안 ‘부작위 살인’이 인정된 경우는 대부분 계획적인 살인범죄에서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12일 “선장이나 여객기 기장 등 국민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에게 높은 수준의 책임감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선장과 1등항해사 강모(43)씨에게 적용된 수난구호법 위반도 유죄로 확정됐다.

◇“선장 지시 없는 상황에서 구조조치 안 한 선원은 살인 아냐”=이 선장과 함께 살인죄로 기소된 강씨와 2등항해사 김모(48)씨, 기관장 박모(55)씨는 살인 대신 유기치사 등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됐다. 선장 지휘를 받는 이들이 ‘사태를 지배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두 여성 대법관(박보영 김소영)과 박상옥 대법관은 “1·2등항해사인 강씨와 김씨에게는 선장을 대행할 책임이 있다”며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선장이 퇴선지시나 구조지시를 내리지 않는 비정상적 상황이어서 선장을 대행해 구조를 지휘할 의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판결 직후 유족들은 “대법원이 선장의 부작위 살인죄를 인정해 1년7개월간의 인고와 고통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위로했다”고 말했다.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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