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울화통 터지는 ‘정부3.0’

입력 2015-11-12 20:33 수정 2015-11-13 01:45
지난달 11일 새벽 1시30분. 30대 A씨는 자신이 받아든 데이터에 깜짝 놀랐다. 경상도 1619개 지역 중 470개 지역에 ‘눈’이 내린다는 것이었다. 영상 10도 안팎의 10월 초순 날씨에 눈이 내린다면 말 그대로 기상이변이었다. 같은 시각 기상청은 홈페이지에 해당 지역 날씨를 영상 10도 안팎에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다.

A씨는 경북의 한 대학교 창업센터에서 날씨 관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사업을 준비 중이었다. A씨를 놀라게 한 데이터는 공공데이터 포털의 기상청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를 통해 받은 것이다.

그는 “우리 앱에서 이 정보를 봤다면 누가 우리 앱을 신뢰할 수 있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공공 정보를 개방·공유해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지원하겠다며 시작한 ‘정부 3.0’에 창업가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의 불만이 집중되는 것은 정부 3.0의 일환으로 마련한 공공데이터포털 서비스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포털을 통해 공공 정보를 오픈API나 파일 데이터 형식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불만이 몰리는 것은 오픈API다. API란 윈도나 iOS,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운영체제에서 정보에 손쉽게 접근하도록 제공하는 일종의 통로다. 사업자들은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날씨나 농산물가격 등의 정보를 해당 기관의 API를 통해 실시간 제공할 수 있다.

문제는 일부 기관들이 공공데이터포털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자료 자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홈페이지에 올리는 데이터와 공공데이터포털에 제공하는 데이터가 달랐다.

기상청은 “전국 3700개 지역의 날씨를 매 시간 업데이트하고 있는데 데이터의 양이 많아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오류를 검수하기 위해 용역에 착수한 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A씨는 “2년 전부터 이 같은 문제 제기를 했는데 달라진 건 없었다”며 기상청의 해명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환경부 산하 기관인 한국환경공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기오염도실시간공개시스템의 PM2.5(초미세먼지) 지수도 공공데이터포털에선 볼 수 없다. 현재 대기오염도실시간공개시스템 홈페이지에선 이 데이터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데이터 제공을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것에도 불만이 제기됐다. 버스 정류장의 버스 도착시간 서비스를 위해 데이터를 요청했다는 B씨는 사용 승인을 받는 데 3주의 시간이 걸렸다.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27조 3항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데이터 제공 여부를 10일 이내에 통보해야 한다.

데이터 조회 횟수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루 평균 2만명이 이용하는 또 다른 앱 운영자 C씨는 “사전 공지도 없이 조회 횟수를 1000회로 줄였다”며 “더 이상 서비스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용 횟수를 제한하지 말고 사용 승인 요청에 대한 답변도 즉각적으로 하라고 기관들에 얘기하고 있다”며 “잘못된 부분은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