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5명 가운데 1명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근로자보다 15배나 높은 수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와 함께 올 3∼9월 소방관 인권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전국 소방관 8256명 중 43.2%가 불면증이나 수면장애를 호소했다고 12일 밝혔다. 19.4%는 우울 또는 불안장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노동자의 우울·불안장애 비율은 1.3%, 불면증·수면장애 비율은 2.2%에 불과하다.
또 응답자의 24.8%는 청력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전신 피로(57.5%)나 두통 및 눈의 피로(52.4%)를 느낀다고 답한 소방관도 절반을 넘었다.
근무환경은 열악했다. 소방 업무가 위험한지 묻자 93%는 ‘위험하다’고 했다. 원인으로 장비 노후화(73.1%)나 위험 물질에 대한 정보 부족(50.7%), 건물 구조에 대한 정보 부족(46.0%)을 꼽았다. 특히 응답자의 33.2%는 노후화된 장비 때문에 최근 3년 사이 장갑이나 랜턴, 안전화 등 개인 안전장비를 자비로 구입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업무 중에 다쳐도 제때 치료받기조차 힘들다. 최근 1년간 하루 이상 요양이나 병원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은 소방관은 1348명이었다. 반면 실제 요양을 신청한 소방관은 225명에 그쳤다. 요양 신청 소방관 가운데 173명만 승인을 받았다.
김 교수는 “유럽에는 다양한 소방 노동자 조직이 있다. 소방공무원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대표기구 설립과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여기, 비애 어린 삶이 있다] 소방관 5명 중 1명 우울증·불안장애… 일반 근로자보다 15배 많아
입력 2015-11-12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