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의 생존 방식이 바뀌고 있다. 정체가 가급적 드러나지 않도록 조직을 잘게 쪼개고 합법을 가장해 각종 이권에 손댄다. 돈을 좇아 경쟁 조직 간에 제휴하거나 이합집산한다. 기존 대형조직의 두목이 수감되거나 은퇴하고, 조직원이 고령화하면서 조폭 세계의 지각변동이 빨라지고 있다.
경찰청이 12일 발표한 특별단속 결과는 이런 실상을 보여준다. 경찰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조폭 3024명을 검거해 568명을 구속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검거 인원이 77%(1311명) 늘어난 데 비해 검거 건수는 601건에서 1374건으로 128.6% 늘었다. 소규모 조직이 크게 늘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검거 조직 중 10인 이하 비중은 55.8%로 절반을 넘었다. 이 비율은 2013년에 42.8%였다. 올해는 11명 이상∼20인 이하(27.9%)까지로 확대하면 소규모 조직 비율이 80%를 넘어선다.
왜 요즘 조폭은 ‘작은 조직’을 선호할까. 가장 큰 이유는 치안 당국의 감시망에 쉽게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세보다 실속을 우선시한다고 볼 수 있다. 덩치가 가벼워진 만큼 필요에 따라 헤쳐 모이는 속도도 빠르다. 활동 기간이 6개월도 안 되는 조폭이 46.5%였다. 6개월∼1년 미만도 27.9%로 많았다.
여기에다 범죄 유형도 변하고 있다. 전형적 조폭 범죄인 갈취·폭력이 67.8%로 아직 대다수지만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 비율은 2013년 71.7%, 지난해 70.3%에 이어 올해 70% 밑으로 떨어졌다. 도박장·게임장 등 사행성 영업과 마약·성매매·사채 같은 범죄는 2013년 7.2%에서 6.6%로 줄었다가 올해 7.5%로 뛰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조폭은 대규모 조직원을 거느리며 유흥업소 보호비 따위를 뜯거나 세력 확장을 위해 집단폭력을 행사했다. 최근에는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형, 지능형 범죄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북 구미의 한 조폭 일당은 유령법인 13개를 세운 뒤 회사명의 통장 54개를 만들어 사기용 미끼로 사용했다. 통장을 국내외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개당 100만∼140만원에 팔아 6800만원을 챙겼지만 주목적은 이게 아니었다. 은행 자동응답서비스(ARS)로 자신들이 판 계좌의 잔액을 조회해 도박자금이 입금된 것으로 확인되면 계좌거래를 정지시키고 통장을 재발급받아 돈을 가로챘다.
이밖에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보험사기, 불법대부업, 대포물건 유통,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등 돈 되는 범죄라면 끼지 않는 데가 없다. 경비업과 채권추심업도 한다. 조폭 중 무직자 비율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요즘 조폭이 사는 법… 소규모로 쪼개 속도전, 이권 있을 땐 이합집산
입력 2015-11-1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