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비애 어린 삶이 있다] 대학원생들 “우린 로마 시대 노예”

입력 2015-11-12 21:01

“대학원생은 주인의 인격에 따라 삶이 뒤바뀐다는 점에서 로마시대 노예와 같다.”

수많은 대학원생이 여전히 과도한 업무, 교수의 인권침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와의 공동연구 등으로 정작 자신의 학업에 지장을 받는 건 다반사다. “임신하면 지도교수한테 혼난다”고 털어놓은 여자 대학원생도 있었다. 한 대학원생은 로마시대 노예에 빗대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다. 10명 중 1명꼴로 교수의 논문·연구를 대신해줬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전국 1209개 대학원의 대학원생 19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조사를 한 결과 과도한 업무로 학습권이 침해된다고 답한 대학원생이 30.1%였다고 12일 밝혔다. 34.5%는 교수와의 공동연구나 프로젝트 때문에 학업에 지장을 받는다고 답했다.

원치 않는 프로젝트 참여로 본인의 연구를 하지 못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16.5%가, 논문 주제 선정에서 원하지 않는 선택을 강요받았느냐는 물음에 9.9%가 ‘그렇다’고 했다. 대다수 대학원생들은 조교 등으로 일하며 과도한 행정업무를 떠맡고 있었다. 이들은 장학금과 연구수행 등 수입이 없으면 학업을 잇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인권침해는 빈번했다. 6.1%는 교수로부터 성차별적 발언을 들었다고 답했다. 4.8%는 교수로부터 강압적 분위기에서 술을 마시도록 강요받았다고 했다. 3.7%는 교수에게 성적으로 희롱하는 말이나 음담패설을 들었다고 답했다. 심지어 구타 등 신체적 위협을 당했다(1.2%), 성추행을 당했다(2.0%)는 응답도 있었다.

교수 대신 논문 작성, 연구 등을 도맡아했는데도 정작 자신의 지적재산권(연구 성과 명의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일도 잦았다. 응답자의 11.4%는 교수의 논문 작성이나 연구 수행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신한 경험이 있었다. 12.3%는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선후배 이름을 논문에 올리도록 강요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부당한 연구비 유용이나 명의 도용을 지시받은 경우도 9.7%였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