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처남 알지?” 협력업체에 손벌린 정동화 前 포스코건설 부회장… 금품 챙기고 “지원” 지시

입력 2015-11-12 21:23 수정 2015-11-12 22:37
“내 처남이 형편이 어렵다. 도와줘라.”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은 2010년 2월쯤 서울 역삼동 포스코건설 사옥에서 컨설팅업체 대표 장모(64)씨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장씨는 앞서 정 전 부회장에게 공사수주 청탁을 했다. 지인의 골프장 사업에 시공을 맡아 달라는 거였다. 브로커로 활동하는 장씨는 이명박정부의 경제계 실세와 친분이 있었다.

장씨는 청탁과 함께 ‘인사를 드리고 싶다’며 금품을 줄 뜻을 내비쳤다. 정 전 부회장은 그 자리에선 “나한테는 안 해도 된다”고 거절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곧 장씨를 다시 만나 ‘처남’을 챙겨 달라고 했다. 장씨와 처남에게 상대방 전화번호를 각각 알려줬다고 한다.

장씨는 2011년 2월 W건설과 관련해 또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베트남 도로공사를 W건설이 수주하게 해 달라고 청탁한 뒤였다. 정 전 부회장은 “그때 그, 내 처남 알지?”라며 다시 친인척을 챙겼다고 한다. 정 전 부회장의 처남은 2010년 4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장씨로부터 모두 1억8500만원을 받았다.

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에 따르면 정 전 부회장의 ‘친인척 챙기기’는 이처럼 부적절한 공사수주 등의 대가였다. 2010년 5월 베트남 고속도로 공사수주 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H토건은 총괄현장소장 박모 전 상무와 공사 견적금액을 협의 중이었다.

장씨의 청탁을 받은 정 전 부회장은 “W건설이 수주할 수 있게 하라”고 박 전 상무에게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수차례 독촉전화까지 했다. 박 전 상무는 H토건 측에 “미안하다. 본사 추천업체가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 W건설에는 예산범위를 알려 최저가로 낙찰 받게 했다. W건설이 공사대금으로 450억원을 요구하자 원래 380억원이던 예산을 430억원까지 증액하기도 했다.

또 정 전 부회장은 2011년 10월 베트남 출장 중 “장 회장이 회사 일을 많이 돕고 있다. 장 회장을 많이 도와줘라”며 박 전 상무에게 전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 측은 도로공사대금 10억원을 선지급받는 등 특혜를 얻었다.

동양종합건설과의 공사계약에도 문제가 있었다. 동양종건 측은 2011년 9월 인도네시아 제철소 공사를 수주했다. 이후 보증서도 없이 현금을 먼저 달라고 요구했다. 법인장 A씨가 거절하자 정 전 부회장은 “A씨를 자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동양종건 배성로(60) 회장은 정 전 부회장과 친분이 두터웠다. 검찰 관계자는 “배 회장은 사실상 포스코의 배후”라고 했다.

정 전 부회장, 배 회장을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한 검찰은 포스코와 새누리당 이병석(63) 의원의 유착 의혹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