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세월호 생존 학생 75명 수능 응시… “하늘나라 친구들 몫까지”

입력 2015-11-12 21:19
“세월호 참사 이후 힘들었던 게 생각났는지 딸아이가 수능 전날인데 밤새 잠을 못자고 울더라고요. 아침에 시험 보러 집을 나서는 뒷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2일 세월호 생존학생 아버지 장동원(46)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 내내 수험생 딸을 걱정했다. 참사 당시 구조된 75명과 수학여행에 참가하지 않은 9명 등 안산 단원고 생존학생 87명 중 84명이 안산지역 14곳 시험장에서 수능을 치렀다. 단원고는 사고 이후 2학년 교실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올해도 시험장에서 제외됐다.

아픔을 딛고 일어선 학생들은 씩씩하게 시험장으로 향했다. 오전 7시 원곡고 정문 앞에선 단원고 1·2학년생과 교사, 학부모 등이 열띤 응원전을 벌였다. 상기된 표정으로 ‘단원고’ ‘합격기원’ ‘수능대박’ 등 피켓을 들었다. 양지고 앞에선 단원고 2학년 후배들이 “선배, 꼭 2호선 타세요!”를 외쳤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이 닿는 주요 대학에 진학하라는 뜻이다. 일부 수험생은 가방에 노란 리본 모양의 배지를 달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단원고 정문 앞에도 ‘친구들 몫까지 수능 잘 쳐라’ 등의 응원 플래카드가 붙었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수능에 절반도 응시하지 못할 거라 생각해 걱정했는데, 오늘 이곳에서 시험 보는 16명 중 13명이나 왔다”며 흐뭇해했다. 학생들의 수능 준비는 난관의 연속이었다. 장씨는 “활발했던 딸이 치료를 받으면서 말수가 급격히 줄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힘들어했다”며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고 학교에서 힘겹게 공부해 왔다”고 전했다. 학부모 박윤수(44)씨는 “참사 때 골반과 척추를 다친 딸이 8개월가량 제대로 공부를 못했다”고 했다.

아이들은 사고 이후 꿈을 바꿨다. 요리사를 꿈꾸던 장씨의 딸은 사고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사람이 되겠다며 응급구조학과를 지원하기로 했다. 대학교수를 희망하던 박씨 딸도 중학교 국어교사로 진로를 틀었다. 세월호에서 제자를 구하다 숨진 유니나(당시 28세·여) 교사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김은지 단원고 마음건강센터장은 “사고를 수습하던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으로 사회복지사, 상담사, 응급구조사 등 봉사하는 직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굉장히 높아졌다”며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사회적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세환 홍석호 기자, 안산=강희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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