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중남부 지역 소수민족 중 하나인 ‘몽타냐르’라는 고산족 주민들이 종교박해를 피해 인근 캄보디아로 피신했으나 상당수가 추방당해 살 길이 막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산족은 베트남 54개 소수민족 중 기독교인이 가장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은 국제오픈도어가 올 초 발표한 ‘기독교 박해 지수’에서 16위를 기록할 만큼 기독교 박해가 심한 국가이다.
YWCA 유성희 사무총장은 1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고산족 주민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종교 박해를 견디지 못해 캄보디아로 피신했지만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난민으로 전락한 상태”라며 “아이들을 포함해 가난한 농부 가족들이 많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캄보디아로 피신한 고산족 난민은 지금까지 300여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난민 인정을 받은 인원은 13명에 불과하다. 그동안 54명이 쫓겨났으며 36명은 다시 베트남으로 추방당했다. 다음달에는 21명이 베트남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현재 남아 있는 190여명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가톨릭 계열의 난민단체(JRS)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JRS의 예산이 최근 모두 소진됨에 따라 이들을 위한 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이다. JRS는 매달 1만1000달러(한화 1274만원)를 후원해왔다.
유 사무총장은 “만약 지원이 끊기면 캄보디아의 베트남 기독교 난민들은 모두 걸인으로 전락해 생명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이들을 위해 한국교회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기도정보(2010)에 따르면 베트남 인구의 52.4%는 불교인이며, 무종교인이 23.3%, 전통 민족종교인 7.8%, 기독교인은 가톨릭을 포함해 9.4%정도다. 베트남 기독교는 19세기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으면서 유래됐다. 베트남 전쟁 이후엔 등록되지 않은 지하교회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이에 따른 정부 감시도 강화되고 있다.
유엔인권위원회 캄보디아 관계자는 “캄보디아 정부는 더 이상 베트남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다른 해결책이 없는 한 내년 1월부터 고산족 난민들은 모두 추방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베트남 ‘몽타냐르’족의 아픔… 종교박해 피해 300여명 캄보디아로 피신
입력 2015-11-12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