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2%로 올라서 6분기 만에 0%대 성장률에서 벗어났고 2010년 2분기 1.7% 이후 5년여 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지난 6월 메르스 사태 이후 침체됐던 민간소비가 3분기에 전기 대비 1.1%, 전년 동기에 비해 2%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5로 6월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수출 실적이 6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생산과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를 견인하는 소비가 살아난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3분기 소비 증가가 개별소비세 인하, 블랙프라이데이 도입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진작책 효과라는 사실은 또 다른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일련의 소비 증가 흐름을 ‘경기회복 모멘텀 확대’로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오히려 정부의 소비진작 카드 소진에 따른 반사효과로 소비절벽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소비훈풍 착시에 빠지기보다 소비의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10월 가계대출 증가분 9조원 가운데 신용카드 결제자금 수요 등이 2조원이란 사실은 상당수 빚을 내 늘린 소비라는 분석을 낳는다.
정부는 4분기에도 소비 불꽃을 살리기 위해 전방위 노력을 하고 있으나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재정을 추가 투입해 4분기에 9조원 이상의 유효수요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재정 보강을 통해 내수 진작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소비회복 분위기가 내수 진작과 경기 활성화의 선순환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시적 부양책보다 구조적인 틀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단발성 부양책과 저금리 대출을 통한 내수 진작은 가계부채 문제 같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근본적 방안으로는 고용시장의 질을 개선해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가 구매력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내수 활력을 높이는데 민간소비만큼 주효한 것이 없고, 이는 가계의 소득 증대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최 부총리가 취임 초기 ‘소득주도 성장론’을 주창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으나 기대만큼 실현되지 않아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국회에 계류된 이른바 민생법안과 한·중 FTA도 시급히 처리돼야 할 현안이다. 정부·여당과 야당은 서로 목소리를 높일 것이 아니라 경제를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논의해 이제 접점을 찾아야겠다. 도대체 언제까지 상대방을 비난하며 질질 끌고 있을 것인가.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정부·여당의 노력이 요구된다. 야당을 공박만 할 것이 아니라 정책을 설득하려는 자세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사설] 착시에 가까운 반짝 내수회복세에 낙관은 금물
입력 2015-11-12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