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홍철 前 KIC 사장 비리 제대로 따져 물어야

입력 2015-11-12 18:24
안홍철 전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에게 제기됐던 각종 의혹이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감사원의 11일 감사 결과를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공기업 사장 자리까지 올랐는지 의아할 뿐이다. 지난 2013년 12월 취임 후 847억 달러(2014년 기준)에 달하는 나랏돈을 운용하는 KIC를 사유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안 전 사장은 절대수익펀드 신규 위탁 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실무위원이 아님에도 자신의 딸이 다니던 회사를 직접 방문해 설명을 듣는가 하면 투자실무위원회에도 버젓이 참석해 의사 결정에 관여했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 올 6월까지 모두 29회 출장을 갔으며 1일 평균 54만원을 숙박비로 집행했다. 이는 공무원 여비규정상 차관 숙박비 상한액 37만원은 물론 장관 상한액 47만원도 초과한 것이다. 지난해 투자 검토 중인 A사가 운영하는 프랑스 파리의 호텔에 숙박료 98만원을 내고 1박 2100만원짜리 로열스위트룸에 숙박하기도 했다. 이런 과도한 편의 제공에 그는 “호텔 측이 알아서 업그레이드한 것이지 내가 요구한 게 아니다”고 했다.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변명이다. 그는 또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직접투자 방식으로 대체투자를 진행하면서 공사에 대규모 손실까지 입혔다.

박근혜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그는 임명 당시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취임 뒤에도 경영 능력과 처신이 계속 문제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안 전 사장이 지난 6일 자진 사퇴했다는 이유로 인사혁신처에 공공기관 재취업 제한 등 인사 자료로 활용하라는 통보에 그쳤다. 하지만 물러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덮어지는 게 아니다.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서 그에 대한 각종 범법 행위를 규명해 처벌이 필요하다면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 공기업 낙하산 폐해의 전형을 그대로 놔두면 정부가 강조하는 공공 개혁은 한낱 헛구호에 불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