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 위원 선정을 놓고 추태를 부리고 있다. 예결위는 지난 9일 새누리당 8명, 새정치민주연합 7명 등 15명으로 소위를 구성키로 의결했다. 그럼에도 양당은 1명씩 추가해 각각 9명과 8명의 명단을 내놨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당초 자신이 빠진 데 강력히 항의하고, 이를 알게 된 청와대가 이 의원을 넣으라고 해 양당 원내 지도부가 협상을 거쳐 1명씩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예결위 새정치연합 간사인 안민석 의원이 언론에 그렇게 설명했다. 이에 김재경 예결위원장이 반발하며 12일 개최하려던 소위원회 첫 회의를 보류하는 등 파행을 겪어야 했다.
이번 논란은 총선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의원들의 과열경쟁이 빚은 결과다. 소위는 각종 사업 예산의 증액과 감액을 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자기 지역구 사업일 경우 공천과 선거에 큰 도움이 되기에 기를 쓰고 들어가려는 것이다.
이 의원의 반발과 청와대 개입이 사실이라면 꼴불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친박계 이 의원은 지난해 7월 순천·곡성 보궐선거에 당선될 때 ‘호남 예산폭탄’ 발언을 했음에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소위에 들어가지 못해 난감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청와대까지 나서도록 한 것은 여러모로 적절치 못한 행동이다. 소위를 17명으로 구성할 경우 핵심 상임위인 법사위 전체(16명)보다 더 커진다. 소위(小委)가 아니라 대위(大委)여서 예산안 축조심의를 하기 어렵다는 김 위원장의 주장은 당연히 옳다.
소위 구성 논란을 보면 예결위가 또 다시 막판에 ‘쪽지예산’을 편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쪽지예산은 정권 실세와 여야 지도부 및 중진 의원, 예결위원들의 지역구 예산을 기습 증액하는 것을 말하며 정기국회의 관행처럼 돼 있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세금도둑에 해당된다. 1조원 정도인 쪽지예산은 국민들이 보기엔 어마어마하게 큰 돈이다. 30만 선량(選良)이란 사람들이 이것 갈라먹으려고 벌떼처럼 달려드는 모습. 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 공무원은 물론이고 국민들에게 후안무치가 아닐 수 없다.
[사설] 국회 예결小委 구성 논란 부끄럽지도 않나
입력 2015-11-12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