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세월호 이준석선장 무기징역 확정] 조타 실수? 기계 고장?… 大法 , “단정키 어렵다”

입력 2015-11-12 21:20 수정 2015-11-12 21:28
세월호 참사를 유발한 ‘직접 원인’이 무엇인지는 ‘미제’로 남았다. 조타수의 조종 실수로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는 합동수사본부 분석 결과에 1·2심은 엇갈린 판단을 내렸고, 대법원은 “기계적 고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단정키 어렵다”는 2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합수본은 침몰 원인을 밝히기 위해 사고 당일 세월호 항적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뮬레이션했다. 사고 직전 급격하게 오른쪽으로 선회했는데 이 과정에서 배가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과적과 고박 불량, 불법 증개축 등에 이미 복원력을 잃은 세월호는 균형을 되찾지 못하고 그대로 가라앉았다.

합수본 자문단은 조타수 조모(57)씨의 조작 실수를 직접 원인으로 지목했다. 변침 지시를 받은 조씨가 통상 맹골수도에서의 변침각(5도)보다 조종타를 오른쪽으로 더 꺾는 바람에 선체가 빠르게 우선회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요”라고 외치는 3등항해사 박모(27·여)씨의 말을 들었지만 방향을 착각해 되레 오른쪽으로 더 큰 각도로 조타했다고 추정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조씨와 박씨의 ‘업무상과실 선박매몰’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과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평소 5도 이하로 변침을 나눠 쓰도록 교육받은 조씨가 갑자기 15도 이상 큰 각도로 변침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맹골수도의 조류는 세월호 같은 큰 선박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수준이고, 마주 오는 선박이나 암초 등이 있어 급선회해야 할 상황도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대신 기계적 결함 가능성을 의심했다. 조타기에 입력된 전기적 신호는 솔레노이드 밸브(밸브를 열고 닫아 유량을 조절하는 조타 유압장치)를 통해 러더(방향타)에 전달된다. 세월호처럼 노후한 선박은 밸브에 오일 찌꺼기가 낄 수 있고, 조타기 작동 여부에 관계없이 러더가 일정한 방향으로 계속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에 장착된 프로펠러 2개 중 오른쪽만 멈췄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박씨는 구조 직후 “(조종)타가 안 먹고 좌현으로 기울면서”라는 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내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세월호를 인양해 정밀 조사하면 기계 고장 여부가 밝혀질 수도 있지만 사고 원인을 모를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조씨·박씨의 업무상과실 선박매몰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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