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시스템 반도체도 세계 정상급 도약 “퀄컴, 비켜”… ‘엑시노스8 옥타’ 공개

입력 2015-11-12 21:15

삼성전자와 퀄컴이 잇달아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신제품을 공개했다. 삼성은 엑시노스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퀄컴은 올해 발열 논란에 시달렸던 스냅드래곤810의 부진을 만회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14나노 핀펫 공정을 적용한 모바일 시스템온칩(SoC) 엑시노스8 옥타를 12일 공개했다. 이 제품은 모바일 AP와 통신용 모뎀을 하나의 칩에 묶은 ‘원칩’ 제품이다. 원칩 제품은 제품 크기가 작고, 가격도 낮출 수 있어서 스마트폰 업체들이 선호한다.

엑시노스8 옥타에 들어간 AP는 최초로 삼성전자가 직접 설계한 커스텀 코어가 적용됐다. 코어는 게임, 앱, 동영상 등을 실행할 때 데이터를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영국 ARM의 코어를 가져다 사용했다. 전 세계 AP 제조사 중 직접 코어를 설계하는 곳은 퀄컴, 애플 정도다.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기술력이 세계 정상급으로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8 옥타의 성능이 엑시노스7보다 30% 향상됐음에도 소비전력은 10% 낮아졌다고 밝혔다.

퀄컴도 최근 스냅드래곤820을 발표했다. 이 제품 설계는 퀄컴이 하고 제조는 삼성전자가 담당한다. 전 세계에서 14나노 공정으로 AP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삼성전자뿐이다. 전작인 스냅드래곤810보다 배의 성능을 낼 수 있으며, 특히 발열 문제는 전혀 없다고 퀄컴 측은 강조하고 있다.

관심은 삼성전자의 차기 스마트폰 갤럭시S7에 어떤 AP가 사용될지 여부다. 세계 1위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사용된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시장에서 검증을 받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퀄컴 입장에서는 스냅드래곤810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선 갤럭시S7에 스냅드래곤820을 꼭 탑재 시켜야 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그동안 두 제품을 번갈아 채용했다. ‘그 시점에서 가장 성능이 좋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쪽을 선택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갤럭시S5 때는 스냅드래곤을, 갤럭시S6와 갤럭시 노트5는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를 사용했다. 갤럭시 노트4는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을 함께 쓰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8 옥타를 공개하면서 갤럭시S7을 조기 출시할지에 대한 관심도 모아진다. 삼성전자는 과거에도 플래그십 스마트폰 공개 2∼3개월 전에 AP, 메모리, 카메라 센서 등의 부품을 발표한 적이 있다. 새 제품에 들어갈 기술을 미리 알려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년 1월에 갤럭시S7을 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갤럭시S 시리즈 신제품을 3월에 공개하고 4월부터 판매했다. 하지만 갤럭시S6가 기대만큼 판매량을 올리지 못하면서 삼성전자는 갤럭시S7을 평소보다 빨리 내놓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9월에 공개했던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아이폰보다 빨리 출시하기 위해 8월에 공개했다는 점도 갤럭시S7 조기 출시설에 힘을 싣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