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신학대학원대(총장 조병수 목사) 초대원장인 정암 박윤선 목사의 신학과 사상을 재조명하기 위해 1989년 시작된 정암신학강좌가 올해로 스물일곱 번째를 맞았다.
‘종교개혁과 개혁신학’을 주제로 10일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 송파제일교회(조기원 목사)에서 열린 강좌에서 조병수 합신대 총장은 “개혁주의 신학의 진수를 경험하고 정암이 보여줬던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과 신학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날 신학강좌에는 역사신학자인 에미디오 캄피(Emidio Campi) 스위스 취리히대 은퇴교수가 강사로 나섰다. “안뇽하세요. 만나소 방갑습미다”라고 서툰 한국어 인사말을 전하며 등단한 캄피 교수는 칼뱅·츠빙글리·불링거와 함께 16세기 주요 개혁신학자 중 한 사람인 피터 버미글리(Peter Vermigli)의 신학을 중심으로 ‘종교개혁과 개혁신학’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는 “버미글리는 교회의 분열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다. 왜냐하면 교회의 분열로 인해 교회가 주어진 명령을 수행할 능력을 상실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회 분열에 대한 돌파구를 제시했던 버미글리의 주장도 소개했다. 캄피 교수는 “버미글리는 하나님께서 교회의 주인이지, 교회가 하나님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교회의 단일성과 공교회성은 보장된다고 밝혔다”며 “이 부분에서 버미글리와 칼뱅은 같은 결론을 도출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버미글리는 종교재판을 피해 취리히에 온 이탈리아 출신의 피난민이었다”며 “칼뱅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16세기와 17세기의 유럽 개혁 신학에 미친 버미글리의 영향력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암 박윤선 목사의 신앙과 생활’을 주제로 강단에 오른 허순길 전 고려신학대학원장은 “고등학생이었던 1952년 여름 교회 어른들을 따라 종일 트럭을 타고 가서 참석한 수양회에서 ‘그리스도의 고난’에 대한 박 목사의 강의를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허 전 원장은 박 목사에 대해 “한국교회사에서 첫 번째 칼뱅주의자이자 개혁주의를 소개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박 목사는 개혁신학의 표지라고 할 수 있는 ‘오직 성경’에 입각한 신학과 신앙에 충실했던 사람”이라며 “신비주의·체험주의가 등장하던 1950년대에 객관적으로 주어진 ‘하나님의 말씀만’ 신뢰할 것을 강조하며 고신 교회의 터를 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신학생 시절 경험했던 박 목사의 기도 생활을 언급하며 “박 목사는 인간의 부패함과 원죄성을 마음에 항상 간직하고 자신이 큰 죄인임을 끊임없이 고백하면서 회개의 삶을 살았다”고 전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에미디오 캄피 취리히대 은퇴교수 “교회 분열은 교회의 능력 상실하는 것”
입력 2015-11-12 1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