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의 굴욕… 개봉 전날 예매율 1위에도 첫날 ‘검은 사제들’에 밀려

입력 2015-11-13 04:02

11일 개봉된 ‘007 스펙터’는 007 시리즈 중 역대 최고 흥행(11억8000만 달러)을 기록한 ‘스카이폴’의 샘 멘데스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지난달 26일 영국에서 처음 선보여 첫 주에 4100만 파운드를 벌었다. ‘스카이폴’의 첫 주 2100만 파운드보다 2배가량 많은 수입이다.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 핀란드 덴마크에서도 개봉 첫 주 최대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신통치 않다. 개봉 첫날 18만6728명을 모아 김윤석 강동원 주연의 ‘검은 사제들’(22만7324명)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에 머물렀다. ‘검은 사제들’의 스크린(923개)보다 많은 991개 스크린에서 상영된 것에 비하면 굴욕적이다. 개봉 전날 예매율은 1위였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실망스럽다는 반응과 함께 현장 판매에서 밀렸다.

24번째 시리즈인 ‘007 스펙터’는 영국 해외정보국(MI6)이 해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제임스 본드가 최악의 범죄 집단 스펙터와 대결을 벌이는 얘기다. 스펙터는 007 시리즈의 첫 작품 ‘살인번호’(1962)를 시작으로 ‘위기일발’(1963) ‘산다볼 작전’(1965) ‘두 번 산다’(1967) ‘여왕 폐하 대작전’(1968) ‘다이아몬드는 영원히’(1971년) 등 6차례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악당 캐릭터가 약하고 존재감이 부족한 데다 다소 싱겁게 결론이 난다는 게 약점이다. 스펙터와 본드의 과거 인연이 새로운 얘깃거리를 제공하지만 대세를 가름 지을 정도는 아니다. 이번 작품을 끝으로 007 시리즈에서 빠질지도 모른다는 주연배우 다니엘 크레이그(사진)의 근육질 온몸 액션도 그동안 자주 본 것이어서 식상한 느낌도 든다.

그래도 볼거리는 있다. 멕시코 소칼로 광장, 이탈리아 로마, 오스트리아 솔덴, 북아프리카 탕헤르와 사하라 사막 등 세계 곳곳의 풍경이 눈길을 끈다. 공중 헬리콥터에서의 격투와 자동차 질주 액션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12일 현재 ‘007 스펙터’의 예매율은 50.3%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주말에 007이 굴욕을 딛고 명예를 회복할지 두고 볼 일이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