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최범선] 조화의 지혜

입력 2015-11-12 19:19

단풍이 곱게 물들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하고 있다. 자연은 이처럼 계절의 흐름에 따라 때마다 옷을 바꿔 입으며 우리에게 아름다운 볼거리와 더불어 깨달음을 주곤 한다. 사계절의 아름다움, 그 뚜렷한 변화는 자연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왔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요즘에야 그런대로 어렵지 않게 준비하고 있지만 인간은 겨울을 나려면 많은 준비를 하게 된다. 겨우살이를 위해 김장을 담그고 겨울옷과 연료를 준비한다.

단풍도 한 생명이 겨우살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출되는 것이다. 단풍이라는 것은 기온이 낮아짐에 따라 나무의 잎이 더 이상 활동할 수 없게 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기온의 변화에 적응하며 아파하는 과정에서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색의 변화가 단풍이다. 어떻게 보면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고통을 감내하는 자연이 인간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처럼 환경에 순응하며 조화를 이룰 때 자연은 모든 이들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위한 준비를 이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어떠한가. 자신을 희생하고 아픔을 감내하며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고 조화를 이루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입장만 내세운다. 환경을 파괴하고 아프게 해 마침내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공동체에 순응하며 하나가 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데만 몰두하는 사람이 허다하다.

우리의 공동체가 아름답지 못하고 추해 보이는 것은 어쩌면 자신을 희생하면서라도 순응하고자 하는 ‘조화의 지혜’가 부족해서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9장 20∼22절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유대인들에게 내가 유대인과 같이 된 것은 유대인들을 얻고자 함이요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에게는 내가 율법 아래에 있지 아니하나 율법 아래에 있는 자 같이 된 것은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을 얻고자 함이요 율법 없는 자에게는 내가 하나님께는 율법 없는 자가 아니요 도리어 그리스도의 율법 아래에 있는 자이나 율법 없는 자와 같이 된 것은 율법 없는 자들을 얻고자 함이라 약한 자들에게 내가 약한 자와 같이 된 것은 약한 자들을 얻고자 함이요 내가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습이 된 것은 아무쪼록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고자 함이니.”

이 고백을 통해 그는 그가 만난 모든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그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가 만났던 사람들과 같이 되어 순응하는 ‘조화의 지혜’를 선택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사도 바울의 ‘조화의 지혜’는 그가 가는 곳마다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힘이 됐다.

바로 이 ‘조화의 지혜’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순응하고 조화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참아갈 때 우리의 공동체는 지친 모든 이들에게 이 계절에 큰 감동과 기쁨을 주는 단풍처럼 세상을 향해 아름다운 희망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금년의 아름다운 단풍도 이제 막바지에 이른 것 같다. 이 아름다운 단풍이 다 지기 전에 자연의 섭리를 통해 ‘조화의 지혜’를 배우고 실천하여 지친 모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최범선 목사 (용두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