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뉴스] 함께 쓰면 돈 된다! 공유경제의 변신… 무형 자산도 나눈다

입력 2015-11-13 04:03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최근 저서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공유한다는 것은 인간 본성의 가장 선한 부분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의 모든 지역에 걸쳐 자본주의 시대에서 협력 시대로의 전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자본주의는 다음 반세기에 걸쳐 쇠퇴하고 협력적 공유사회가 경제생활을 조직하는 지배적인 모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사회에도 물건, 공간, 재능, 시간, 정보 등을 함께 나누어 활용함으로써 자원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높이는 ‘공유(Share)’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복지, 환경, 일자리 등 사회적 수요는 급증하는데 자원은 한정돼 있어 민간과 공공 부문이 공유를 통해 자원의 활용성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다. 리프킨도 협력적 공유 사회가 지구를 살려내고 지속 가능한 풍요의 경제를 앞당길 가장 적절한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특히 급격한 도시화로 공동체 의식이 실종되고 개인 간 단절 및 소외 현상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도시 자원의 공유는 사람들의 관계망을 형성하고 나눔과 연대의 공동체를 복원하는 효과도 있다. 정보기술(IT)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한 공유경제 모델과 협력적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공유기업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및 경제 활성화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람과 사물, 공간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가 공유경제를 앞당기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이 대표적이다. 효율적인 연결망으로 시간과 공간 제약을 뛰어넘어 다양한 경제 주체, 산업, 학문, 문화, 계층, 국가가 유무형 자원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가치와 성장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략기획실장은 “공유경제의 무서운 파괴력은 ‘우버’(모바일 차량 예약이용 서비스)와 ‘에어비앤비’(숙박공유 서비스)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초연결 사회의 핵심 가치로 공유경제와 사물인터넷, 사용자 경험을 꼽았다.



#공간 공유

젊음과 새로움의 아이콘 홍대·합정에는 스타트업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문화와 감성을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하는 프로젝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임대료 상승으로 이곳에서 업무공간을 확보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서울 동교동에 위치한 재단법인 홍합밸리는 공간과 아이디어를 공유함으로써 스타트업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홍합밸리에는 10개 스타트업 기업이 입주해 525㎡의 업무공간(오픈스페이스)을 함께 쓰고 아이디어도 공유한다. 여러 프로젝트를 섭렵한 경험과 인력, 기획과 교육, 창업공간까지 두루 갖춰 공유경제의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숙박공간을 공유하는 서비스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코자자, 씨씨파트너스(비앤비히어로), 에시즈글로벌(한인텔), 에스앤지 유나이티드(홈스테이 코리아), 한국라보는 빈방을 외국인 관광객에게 빌려줄 수 있도록 연결해주고 있다.

서울 소공동에 있는 ‘스페이스 노아’는 사무실 공유 및 기업 간 협업 네트워킹을 지원하고 있다.



#물건 공유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시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나눔카 서비스 ‘SOCAR’는 2012년 제주에서 처음 시작됐다. 현재 전국 50개 도시에 1600개 거점을 두고 공유 차량만 3100대를 확보하고 있다.

하루 5000명 이상이 쏘카를 탄다. 누적 회원 수는 100만명을 돌파했고 월 평균 이용자는 15만명에 달한다. 연매출도 300억원으로 공유기업으로서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공유차량 1대당 도로 위 일반차량 10∼20대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차량 공유로 인해 자차 이용 대비 연간 이동거리는 약 40% 줄고 대중교통 이용률은 4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해 도심 대기환경이 개선되고 도시 경쟁력도 높아진다.

서울의 경우 개인이 소유하는 승용차의 운행 비율이 8%에 불과하고 나머지 92%는 주차돼 있다. 이에 서울시는 2013년 승용차 공동 이용 나눔카 서비스를 개시했다.

하지만 카셰어링은 렌터카업으로 등록해야 하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따르게 돼 있다. 기존 렌터카와 서비스 방식이 다른데도 실정에 맞지 않는 규제가 존재하는 것이다. 신승호 쏘카 대표는 11일 “차량 공유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무인대여 시스템을 고려해 카셰어링 영업소 설치를 단순 신고로 완화하고 아파트, 주택 등 수요 발생지에 예약소 설치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능·경험·정보 공유

재능이나 경험, 정보 등 무형의 자산을 공유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프로그래머, 디자이너와 해당 서비스를 원하는 기업·개인을 연결하는 ‘위시켓’,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며 관심사·경험을 공유하는 소셜다이닝 ‘집밥’은 많이 알려진 공유 사례다.

퀘스트러너코리아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소셜알바 등 경험, 지식을 공유하도록 연결해준다. ㈜오투잡은 디자인, 번역, 상담 등 개인의 재능을 공유하고 ‘레디앤스타트’는 사회 선배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는 매개체다.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은 청각장애인들과 문자 공유 플랫폼을 통해, 씨너에그는 영화와 공간을 연결해 정보를 공유한다.

공공 부문에도 정보 공유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 3.0은 공공기관이 가진 정보와 데이터를 국민에게 개방해 민간이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서울시도 지난 5월 지식정보 공유 촉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 시와 산하 기관에서 만든 지식정보의 공개와 공유를 촉진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공유경제 앞으로!

정부가 에어비앤비나 우버 등 공유경제 모델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에어비앤비와 우버택시는 국내에선 불법이다. 숙박 공유는 민박업 등록 등 관련법의 규정에 묶여 있고, 차량 공유는 현재 렌터카 업종으로 분류돼 규제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최근 공유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안의 밑그림을 마련하고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의견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시를 비롯해 부산, 광주, 경기, 대전 등 지방자치단체도 조례 제정 등으로 공유 활성화 기반을 마련했다. 서울시가 공유도시 추진에 가장 적극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1일 일자리 대장정 일환으로 개최한 공유경제 활성화 토론회에서 “내년에는 공유도시 3.0으로 나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유경제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영역에서 더 많은 공유기업이 생겨나고,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과 사업 패턴이 빨리 확립돼 스타 기업들이 나와야 한다는 게 박 시장의 주장이다.

서울시는 세계적 규모로 공유경제 박람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유 코디네이터를 임명하고 공유기업 전문 변리사와 세무사, 변호사를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